제34화 롯데월드 — 1988년에는 없던 것들
롯데월드는 아쿠아리움과 달랐다.
소리가 먼저였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음악이 들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빛이 쏟아졌다. 회전목마가 돌고 있었다. 성 모양의 건물이 있었다. 사람들이 웃으면서 뛰었다. 사탕 냄새가 났다. 어딘가에서 함성이 들렸다. 열한 살 조운은 그 입구에 서서 잠깐 멈추었다.
1988년에는 없던 것이었다.
롯데월드가 생긴 건 1989년이었다. 자신이 열두 살이 되던 해였다. 그러니까 지금 열한 살 조운은 이 건물이 없는 세상에서 온 것이었다. 이 음악이 없는 세상에서. 이 함성이 없는 세상에서. 1988년의 제기동에는 이런 소리가 없었다. 연탄 냄새가 나는 골목에. 좁은 담장이 있는 골목에. 아버지가 쓰러진 그 골목에.
하온이 옆에서 말했다.
"뭐 타고 싶어?"
열한 살 조운이 주위를 보았다. 회전목마가 있었다. 롤러코스터가 있었다. 바이킹이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모두 웃고 있었다.
"저거 뭐야?"
열한 살 조운이 롤러코스터를 가리켰다.
"롤러코스터."
"저거 무서워?"
"응. 엄청."
열한 살 조운이 그것을 보았다. 높았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도 웃었다.
"타보자."
"진짜?"
"응."
하온이 잠깐 열한 살 조운을 보았다. 뭔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이 순간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롤러코스터 줄이 길었다. 두 사람이 줄을 섰다. 기다렸다.
"형."
하온이 말했다.
"응."
"무서우면 눈 감으면 돼. 근데."
하온이 잠깐 멈추었다.
"눈 뜨는 게 더 좋아."
열한 살 조운이 하온을 보았다. 하온이 앞을 보고 있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열한 살 조운이 이 순간을 경험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탔다.
안전바가 내려왔다. 딱 소리가 났다. 출발하는 순간 몸이 뒤로 밀렸다. 심장이 먼저 알아챘다. 올라갔다. 높아졌다. 밑이 보였다. 사람들이 작아졌다. 롯데월드 전체가 보였다. 서울이 보였다. 하늘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내려갔다.
바람이 얼굴을 쳤다. 소리가 안 들렸다. 자신이 소리를 지르는지도 몰랐다. 그냥 내려갔다. 빠르게. 옆에서 하온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웃으면서.
다 끝났을 때 열한 살 조운이 멍하게 앉아 있었다.
"어때?"
하온이 물었다.
열한 살 조운이 대답하지 못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서웠는데 무섭지 않았다.
"다시 탈래?"
열한 살 조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줄을 섰다. 이번에는 눈을 뜨고 탔다. 하온이 말한 것처럼. 올라가면서 서울을 보았다. 서울이 아래에 있었다. 넓었다. 1988년에도 이 서울이 있었다. 이 넓이가. 하지만 이렇게 본 적은 없었다. 골목에서만 보았다. 좁은 골목에서. 골목 끝에는 담장이 있었고. 담장 끝에는 다른 골목이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넓은 서울이 위에 있는 줄은 몰랐다.
내려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참을 수 없었다. 옆에서 하온이 같이 질렀다. 두 소리가 섞였다.
끝났을 때 두 사람이 웃었다. 말없이. 작게. 하지만 분명히.
성인 조운이 멀리서 그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열한 살 조운이 웃고 있었다. 손을 쓰면서.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 처음이 지금 저기 있었다. 37년 뒤에 서서. 보고 있었다.
롯데월드 안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조명이 켜졌다. 건물이 빛났다. 회전목마가 빛 안에서 돌고 있었다. 사탕 냄새가 아직 났다. 음악이 아직 들렸다. 열한 살 조운이 그 빛을 보았다. 1988년에는 이런 빛도 없었다. 이런 음악도. 이런 냄새도. 없었던 것들이 지금 여기 있었다.
하온이 뒤에서 뛰어왔다. 아이스크림을 두 개 들고 있었다. 하나를 열한 살 조운에게 내밀었다. 열한 살 조운이 받았다. 달았다. 이런 아이스크림이 1988년에도 있었는지 몰랐다.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먹어본 적은 없었다.
하온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었다. 열한 살 조운도 먹으면서 걸었다. 앞에 아버지가 걷고 있었다. 지팡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일정했다.
저녁이 되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열한 살 조운이 아버지 옆으로 갔다. 천천히 걸었다. 아버지 걸음에 맞추었다.
1988년에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그 아버지가 지금 옆에서 걷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하지만 걷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한 살 조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