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술가의 인사

禮와 愼

by 과객 심천

그는 늘
먼저 고개를 숙인다.


말보다 인사가 앞서고,
언제나
한 발 뒤에 머무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예의롭다고 부른다.


그 말이 칭찬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예의는
훈련처럼 보이지 않는다.


배워서 입은 옷이 아니라
몸에 남은 습관 같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같은 각도로 고개를 숙이고,
같은 속도로 말을 고른다.


아마 그는
사람을 쉽게 다루지 않는 법을
일찍 배웠을 것이다.


말 한마디가
어디까지 가는지,
시선 하나가
누군가를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그래서 그는
조심을 택했다.
힘 대신 절제를,
속도 대신 간격을.


그 예의는 아름답다.


사람을 상처내지 않는 방식으로
세상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간격 덕분에
대화는 무너지지 않고,
관계는 오래 이어진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자리에는
언제나 숨 쉴 틈이 남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조금 애처롭다.


늘 먼저 낮아지는 자세,
늘 마지막에 남는 말.


그 예의가
그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 자신을 가리는 것 같아서.


그는 안다.
예의는 방패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울타리가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그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예의라는 것도.


그래서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울타리를 가만히 정비한다.


아마 그의 마음 속에는
이런 바람이 있을 것이다.


예의가 오해가 되지 않기를,
절제가 거리로 읽히지 않기를,
존중이 고독으로
번역되지 않기를.


그럼에도 그는
예의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 법.


그가 끝내 놓지 않는
유일한 언어.


오늘도 그는
진심으로 인사한다.


자기 마음을
조심스럽게 접은 채로.


그리고 그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래서 더
가슴에 오래 남는다.


過客 心泉


p.s.

공자는 말했습니다.
“不學禮, 無以立.”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 없다고.


예는 격식이 아니라
사람이 세상과 서는 방식일 것입니다.


조심스러운 인사 하나,
한 발 물러선 자리 하나가
결국 그 사람의 중심을 드러내는 법.


누군가는 그것을 소극이라 부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상처를 남기지 않겠다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예의를 택한 삶은
세상을 이기려는 태도가 아니라
함께 서려는 태도입니다.


먼저 고개를 숙이는 마음은
작아지기 위함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기 위한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예는 약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방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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