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와 명상 사이, 어느 예술가의 平靜

by 과객 심천


불 켜진 한양성곽 사이를 걷는다.
도시는 아직 깨어 있고,
나는 그 불빛 사이에서 숨을 고른다.


앞으로 가던 발걸음이
잠시 멈추는 자리에서
비로소 나를 들여다본다.


따뜻한 다기의 온기가
손끝에 전해진다.

끓어오르던 생각은 김처럼 흩어지고,
마음은 찻물의 색을 닮아
서서히 가라앉는다.


스며 있던 불안은
다스릴 수 있는 크기로
잔 안에 머문다.


어린 시절 늘 앞만 보고 달렸다.
속도는 미덕이었고,
멈춤은 패배처럼 느껴졌다.


화려한 삶의 표면 아래에는
말해지지 않은 공허가 있었고,
그 공허를 덮기 위해
더 크게 포효했다.


날선 패기는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울음과도 같았다.


而立에 이르러서야
풀어야 할 과제 하나를 발견했다.

성취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


그러나 세상도, 인생도
아직 다 생각해 보지 못한
어린 젊은이는
그 질문 앞에서 자주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보다
왜 이렇게 비어 있는지가
더 큰 물음이 되었을 때.


그때,
천천히 물을 데우고
잔을 데워 손에 쥐는 시간,

호흡이 들고 나는 것을
굳이 붙잡지 않고 바라보는 순간들이

말없이 곁에 머물렀다.


아무 답도 주지 않은 채
그저 앉아 있게 했고,

흩어진 마음이
제 속도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차를 마시며
나는 다시 나를 보았다.

숨을 따라 머무는 동안
세상도 함께 보였다.


이전보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덜 왜곡된 그림으로.
빛과 그늘이 함께 있는 풍경으로.


불 켜진 한양성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도시는 여전히 분주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나는 잠시 평정에 닿는다.


달리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
말하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그 사이에서
나는 알게 된다.


젊음의 포효는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가라앉혀 들어야 할
내면의 소리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소리를
조용히 들어줄 때,


나와 세상의 그림은
다시 그려지기 시작했다.


過客 心泉


PS.

속도에 놓인 젊은 마음들에게
나는 가끔 불을 낮추는 법을 권한다.


물을 천천히 데우고,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그 짧은 시간.


호흡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비워 보는
잠시의 멈춤.


重為輕根,靜為躁君 — 노자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고요함은 초조함의 주인이다.


불안을 밀어내려 애쓰기보다
그 곁에 잠시 앉아
그 크기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


나는 그들과
자기 호흡을 되찾는 시간을
함께 건네고 싶다.


한 잔의 온기와
잠시 머무는 고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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