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우리 부부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아이를 가지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는 자주 아프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여 생각만 할 뿐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2025년이 저물어가던 어느 날 나는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1월 1일부터 우울증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일주일 동안 단약 부작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시름시름 누워 마약을 끊는 게 이런 기분일까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나는 우울하지 않았고 부작용을 견딘 시간이 아까워 약을 다시 복용하지 않고 견뎠다. 8일째 오후 증상이 한풀 꺾이기 시작했고 나는 이제야 살겠다 싶었다.
남편은 아이를 좋아했다. 연말의 어느 날 우리는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건너편에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서툰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나는 귀엽다고 생각하며 잠깐 아이를 쳐다보곤 남편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편은 아이가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미소를 지으며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또 다른 어느 날. 나는 퇴근하는 남편에게 우울하다고 톡을 보냈다. 남편은 대뜸 단 게 땡기지 않냐고 묻더니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사들고 와 나에게 건넸다. 그러고선 얘기하는 것이다.
"곰순 생리할 때 돼서 그런가 봐요. 날짜 보니까 그렇더라고."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그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그즈음 나는 좋아하던 술에도 흥미를 잃어 1월 1일부터 약과 술, 커피를 끊은 채 골골대고 있다.
여느 때와 같이 남편과 누워있는데 남편이 우리 2세 얼굴을 AI로 생성해 보자고 했다.
남편은 사진을 보고는 저런 딸이 울면 자기도 울 것 같다고 얘기한다. 미래의 딸바보 예약이다. 나는 아들 사진이 묘하게 남편 얼굴을 많이 담고 있어 귀여우면서도 킹 받는 느낌이었다.
문득문득 내가 정말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조용히 준비를 한다. 우리에게 올 아기천사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