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by 이서안

나는 항상 내가 너무 미웠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서 세상에서 없애버리고 싶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미워하게 된 것은 대인기피가 오면서 시작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불쑥불쑥 심해지는 우울 속에 갇힐 때면 그런 생각은 더욱더 짙어졌고 나는 지쳐갔다.


왜 나는 항상 유난이지?


무던한 사람을 동경했다. 나도 그들처럼 이깟일 별거 아니라고 털어 넘기면 좋을 텐데.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걸어가면 좋을 텐데 나만 혼자 제자리에 멈춰있는 기분이었다. 모두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이 뒤따라왔고 그럴 바엔 사라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유난 떠는 사람이 아니고 감정을 깊이 느끼는 사람일 뿐이었다.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조금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지 못했다. 미워하는 마음속에서도 나는 살기 위해 글로 감정을 풀어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를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었다. 그것은 표현의 방식을 높여주었고 다른 방향으로 삶을 바라보게끔 만들어줬다. 느끼는 것이 많다는 것은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미운 것이 아니라 감사한 것이었다.


나를 미워해도 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면 나는 좋은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깨닫는데 너무도 오래 걸렸다.


나는 이제 행복해질 것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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