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나는 몹시 의욕적이다.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어졌는데 그것은 어느 날 밤의 섬광과 같은 깨달음 덕분이었다. 정신과 선생님도 그걸 어떻게 깨달았냐고 놀라셨고 6알이었던 약은 2알로 줄어들었다. 간이 검사에서도 우울증이 없는 평안한 상태로 나타났다. 몹시 평안하고 행복한 요즘이다.
평안하고 의욕적이 되다 보니 일을 하고 싶어졌다.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간단한 아르바이트로 소소하게 돈을 벌고 싶었다. 이것은 이전처럼 쓸모없는 사람이라 버려질까 봐 가 아닌 남편과 우리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역시 사회는 매서웠다. 근처에 일자리도 별로 없을뿐더러 지원한 곳에서는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의욕에 넘쳤던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쿠X에 지원하는 대참사를 일으키고 만다.
사실 시급이 셀 줄 알고 지원했는데 시급은 만원 언저리였다. 4시간 30분 중 30분이 휴게시간이고 일급은 4만 원 정도였다. 일급을 보고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럼 일이 좀 편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게 크나큰 실수였다.
출근 전 쿠X에서는 출근이 가능한지 무려 3번이나 물어봤다. 노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른 채 허브에서 소분하는 업무에 지원했고 이것은 크나큰 비극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택배에 적힌 숫자에 맞는 박스에 넣어 택배를 분류하고 박스가 다 차면 레일 위에 올려놓는 업무였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는데 이럴 수가 그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업무였다. 나에게 배당된 숫자는 13개였고 각각의 박스는 내 머리 위부터 발밑까지 층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번호를 확인하며 택배를 던져야 했고 꽉 찬 박스를 들어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더 빨리 해야 한다는 외침이 들렸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팔은 날카로운 걸로 수시듯이 아팠다. 허리를 굽힐 때마다 시큰거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팔을 올리기 힘든 지경이었지만 빨리 해야 한다는 외침 때문에 마음은 조급해져 갔다. 한 시간의 업무 후 30분의 휴식이 주어졌다. 나는 영혼이 털린 채로 멍하니 앉아 30분을 보냈다.
남은 시간은 3시간. 팔을 바쁘게 움직이며 지금 도망가면 일당 안 주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눈물이 날 것 같고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괜시리 남편도 생각난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생각할 때쯤 끝이 났다. 나는 털레털레 밖으로 나갔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집까지 가야 하는데 집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밥도 안 주고 시급도 안 높은데 사람을 이렇게 부려먹다니. 사실 너무 힘드니까 배도 안 고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당이 떨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를 느끼며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누웠다. 여기저기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 PT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진정한 근육통은 이런 것이구나. 를 느끼며 누워있다 겨우겨우 저녁을 챙겨 먹고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라 통화를 하면서 오늘의 설움을 털어냈다. 남편은 마음이 아프다며 내일부터 나가지 말라고 했다. 사실 나가지 말라고 안 했으면 3일 동안 삐져있었을 거다.
인생 최고의 육체노동이었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푹 쉬며 좋아하는 그림이나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