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에 관하여

부의 불공평한 차별을 수용한다는 거짓말

by Wiggle

엄마가 묻는다.

"어떤 색을 좋아하니? 노란색을 좋아하면 질투심이 많다고 하던데..."

나는 노란색을 좋아하는 열 살이다.

이 세상에는 말이 안 되는 말이 있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나는 질투심이 많은 아이가 아니었다.


**이는 엄마차를 세차하고 용돈을 받고, **이는 아빠한테 자동차를 선물 받았다. **이는 겨울방학 동안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이는 호주에 있는 언니네 놀러 가서 한참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이모한테 용돈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고 으스대고, **이는 정원잔디 깎는 일이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떠든다..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이 세상에 많았다.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괜한 고민을 하다 보면 워드 마스터 영단어 암기하는 것보다 그들의 삶을 상상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꿈속에서도 꿔본 적 없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고, 10년 3,650일 학교-집만 오가던 내게는, 놀이터와 노래방도 포함, 영화 스크린 속 장면이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는커녕, 그 땅의 부스러기라도 갖고 싶은 욕구와 그들이 누리는 호사스러운 모든 입장에 배가 아프기보다는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그것이 괴로웠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에 경멸과 불만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 화살은 나를 너머 다른 대상에게까지 도달했다.


매일 마주하는 친구들의 일상은 보기 싫어도 보아야 했고 그럴수록 몰랐던 세상이 열리는 매서운 경험이 이어졌다. 나는 어른 누구에게도 이런 상황에 대해 딱히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면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도대체 어떤 것을 해야만 하기에 그곳에 들어가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멈추지 못한 걸까.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나라도 소유하길 소망했던 거라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지니의 요술램프가 대학교 입장티켓이라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나처럼 어리숙한 사람이나 그 말을 찰떡같이 믿을 테지만.


사람냄새보다 돈 냄새가 더 많이 풍기는 가진 자들을 보면 안절부절못했다. 불만을 품지 않았다면 거짓이지만 내가 터무니없이 작게 느껴져서 일상을 우스꽝스럽게 살아야겠다 다짐을 했다. 내 기준에 나보다 더, 우리 집 보다 더, 비교대상도 못되지만, 월등히 많은 종이화폐를 거머쥔 대상을 보며 질투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내 친구의 집안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심지어 경의를 표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반 미친 상태에 가깝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야 버틸 수 있으니까. 친구들이 가진 능력은 그들의 부모세대가 이룩한 것이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무한소수를 이해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부의 불공평한 차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힘은 꾸준하게 보아온 선생님들의 편애와 편견 덕분이었을까. 게 중에는 존경할 만한 위대한 스승도 많았고, 게 중에는 지성인의 가면을 쓰고 황금 방석에 앉길 거부하지 않은 인간들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훌륭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됨됨이를 보여준 빛과 같은 선생님들이 주변에 많았다.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질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질투하느라 나를 낭비하지 않았던 수많은 나를 포옥 안아주고 싶은 유달리 찬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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