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주 7일 일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시간은 별로 안되긴 한다. 하루 평균 8시간~9시간. 아침 10시까지 출근 후 레스토랑 브레이크 타임이 평균 2시간 반. 그 후 밤 9시까지 일. 순 일하는 시간은 사실 길 진 않지만 아침에 집에서 나와서 잘 시간에 들어오는 게 일상이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영어 공부를 하거나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일주일 내내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다음 주도 그럴 거고 다다음주, 이 시골 생활이 끝날 때까지 주 7일을 할 예정이다. (계속 시프트가 나온다고 가정하에.)
사실 일 하면서 몸이 힘든 건 못 느낀다. 대신 변화가 생긴다. 건강하지 않은 밥을 먹기에 살이 찐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데도 레스토랑 음식 사정 상 건강한 음식이 없다. 튀김 같은 기름기 음식을 항상 먹거나 라면이랑 쌀로 끼니를 때우기에 속도 더부룩하고 피부도 망가진다. 대신 20대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내고 있다. (한국 가서 정밀 건강 검진을 생각 중인데 제발 아무 이상 없기를 기도한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영양소 부족이 원인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곡소리를 내며 일어나는 게 일상이다. 그래도 아침에 커피로 정신을 깨우고 노동 모드로 들어간다. 눈 밑 떨림이 심해진다. 마그네슘 부족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엄청 심하진 않은데 이건 영양제를 사 먹어야겠다.
그래도 이것들이 주 7일 일을 하기에 걸림돌이 되는 건 없다. 순간적인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거부를 하는 것인지 이것에 적응할 거라 믿는다. 근데 정말 이젠 주 7일이구나.. 하며 낙담하진 않는다. 일하는 시간만큼 돈은 들어오기에. (누가 보면 광산일에 종사해서 돈을 쓸어 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절대 그 정도는 아니다.)
나에게 지역이동(퍼스에서 타 지역 시골로)은 정말 좋은 기회인 거 같다. 요즘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있는데 오늘 봤던 구절 중 공감을 많이 느낀 내용이 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내 친구들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다. 내가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서. 하지만 나 홀로 어느 이름 모를 지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나의 과거의 친구들은 점점 잊혀간다.
그래도 밤마다 얼굴 보고 같이 맥주 한 잔 하고 공감될만한 이야기를 하면 외로움을 채우기에 좋긴 하다만. 딱 거기까지다. 99%의 힘듦이 존재하고 1%의 친구들과의 시간으로 보상을 받아야지, 매일 이런 시간에 갇혀 살다 보면 거기까지 인 거다. (그래도 친구들을 사랑한다.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내가 아끼는 친구들과 같이 여행도 가며 맛난 음식이랑 많은 볼거리도 보러 다니고 싶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 점점 고민을 하게 된다. 난 고졸이다. 다니던 대학교를 장기휴학 처리 하였다. 이번 연도에 한국을 가면 자퇴할 예정이다. 굳이 좋지 않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교내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나의 고등학교 등급 수준의 학우들과 어올리는 게 싫었고 나에게 그저 그런 경험만 될 거 같다. 그래도 학교는 나오고 싶다.
여자친구가 호주에서 그래도 꽤 순위에 드는 대학교를 다녀 가끔씩 학교 도서관을 따라다닌 적이 있는데 다들 무언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순수하게 너무 멋져 보였고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참으로 고민인 게 학교에서 무얼 배우고 싶은진 아직 모르겠다. 현재로선 돈 벌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호주 워홀의 목표는 유학 학비 마련이었다. 계획은 워홀동안 1억 이상을 벌고 호주에서 대학교에 입학하여 한국에서의 전공인 '해양생물학'을 배우고 일을 구해 영주권이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에게 솔직해지지면 뭘 배워야 할지 더 모르겠다. 단순히 일을 구하기 위해서 대학교에 다니고 싶진 않다. 일을 구하고 돈이 목표면 호주에서 중장비운전을 했을 거다. 그래도 이 문제는 내가 정말 1억을 모으게 되면 해답과 그나마 가까워 질거라 믿는다.
이번 연도 호주 워홀 반 동안 제일 많이 한 건 설거지다. 시작한 날부터 지금 글을 쓰는 오늘 또한 손톱 상태는 참으로 더럽다. 물에 많이 닿아서 손톱이 겹겹이 벗겨진다. 퍼스에서 설거지를 정말 많이 했다. 하루 6시간은 기본으로 설거지를 했었다. 난 한국에서 그래도 요식업을 사랑했기에 타코 먹으러 미국까지 간 사람으로서 설거지를 하면서 타코를 만드는 쉐프들, 칼질을 하는 쉐프들을 보면서 하... 진짜 나한테도 칼이나 만질 기회나 주었으면 좋겠다 하며 매일 쳐다보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도 지금은 쉐프 자리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호주에서 정식적으로 인정한 Qualified Chef 는 아니다. 그래도 지금 일하는 식당들에서 다른 쉐프들은 다 qualificate를 가지고 있지만 나 혼자 없는 그런 포지션으로 같이 소중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정식 요리사' 이름은 파인 다이닝 같이 멋져 보이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다. (물론 몇몇 쉐프들은 파인 다이닝 경험이 있으시다.) 그래도 설거지부터 여기까지 올라온 내 모습을 보며 그래도 되긴 하는구나! 하며 변화를 느낀다.
이제 이 브런치 스토리는 내 일기장이 돼버렸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잡생각 없이 글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걱정 보따리를 주섬주섬 꺼내 쓰레기통에 넣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돼돌아보면 "아 이땐 이런 마음이었지" 하며 회상하기 참 좋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