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大韓民國)’ 하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음조가 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 짝”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구호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며 광장에서 외치다가 커다란 호응을 얻어 일약 국민 구호가 되었다.
이것은 원래 2002년 붉은악마 응원가 앨범에 1번 트랙으로 수록되었던 가수 신해철의 곡 ‘Into The Arena’에서 나왔다. 신해철은 대한민국 국호에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음악적 파동을 입혀 응원하면서 스스로 응원받는 듯한 전율이 일게 만들었다.
그 후로 대한민국 국호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컫던 걸 평소에도 쓰게 된 것이다. 소리가 나진 않지만 음조가 깔린 느낌이다. 한국이라고 부를 때에 비해 저릿한 떨림과 여운이 있다. 기분 좋은 파동이 일렁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년 4월 11일에 세워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생겨났다. 상하이에 모인 독립운동가들이 임시의정원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 정한 것이다. 대한제국은 소멸되지 않았고, 일제의 강제 병합은 무효라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단, 온 국민이 독립 의지를 표출한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제국(帝國)’이 아닌 ‘민국(民國)’이라 하였다.
대한민국의 ‘대한(大韓)’은 1897년 고종이 황제 자리에 오르며 선포한 것이다. 실록에 수록된 선포문을 읽어보면 이 국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고려 때에 이르러서 마한, 진한, 변한을 아울러 합쳤으니, 이것이 ‘삼한(三韓)’을 통합한 것이다. 우리 태조(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초기에 국토 밖으로 영토를 더욱 넓혀…… (이에)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정하고……”(<고종실록> 1897년 10월 13일)
고종은 삼한이 통합하여 우리나라의 바탕을 이루었다고 보았다. 삼한(三韓), 즉 세 개의 한(韓)이 통합했으니 큰 한, 곧 대한(大韓)인 것이다. 이 국호는 선포 이틀 전 고종이 대신들을 불러 자문을 받고 정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황제에 오른다는 건 천명을 새로 받는다는 의미다. ‘조선’이라는 국호는 과거 중국에서 받은 것이니 자주적인 황제국의 이름으로는 합당하지 않다. 한(韓)은 예로부터 쓴 고유한 나라 이름이며, 우리나라는 삼한이 하나의 나라로 통합한 것이니 ‘큰 한(韓)’이라는 이름이 적합하다. 하여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한다.”(<고종실록> 1897년 10월 11일)
대한은 과거 대(大)일본국, 대(大)영제국처럼 자국을 높이는 존호가 아니다. 삼한을 통합했다는 의미의 두 글자 국호다. 대한은 다시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거치며 역사적 정당성을 갖추고 ‘대한민국’이 되었다. 이 정식 국호를 간결하게 부른 것이 ‘한국(韓國)’이다.
한국 지성인들 중엔 대한민국 국호를 쓸 때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나라를 부풀려 높이는 애국주의가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다.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은 존호가 아니니 편하게 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한민국의 음조, 그 기분 좋은 음악적 파동을 즐기시라고.
** 삼한은 삼국시대를 지나며 마한, 진한, 변한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로 의미가 바뀌었고 이를 통합했다는 뜻으로 대한이라는 국호를 썼다는 제보를 받았다. 고종실록이 일제강점기에 나왔으므로 삼한의 의미를 고의적으로 축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