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다낭시

여기가 그 경기도 어디쯤이라던 다낭시인가요?

by subtle changes

저녁 8시 30분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은 약 5시간이지만 2시간의 시차로 11시 30분쯤 다낭 공항에 도착했다. 위탁 수화물이 없어 금방 입국심사를 마치고 그랩을 타러 나왔다.

공항 바깥으로 나가니 습도가 가득한 무겁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확 나를 덮친다. 말로만 듣던 동남아의 열기를 체감하니 비로소 떠나왔다는 게 실감 난다.


그랩정류장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여행자들과 호객을 하는 그랩 기사들로 북적북적했다.

당장 그랩앱을 켜고 그랩을 호출하려는데 서너 명의 그랩 기사들이 재빨리 나에게로 접근한다. 단호한 얼굴로 'No'를 반복하다가 혹시 조금이나마 저렴하려나 싶어 포기를 모르시고 흥정을 시도하시는 가장 근성 있어 보이시는 한분과 이야기를 좀 해보았는데 현금이 없다고 하니(베트남 동은 현지에서 인출할 생각으로 환전을 해가지 않았다) 그럴 경우 숙박하는 호텔에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아무튼 나로선 좀 탐탁지 않은 결제방식을 제시해서 결국 그냥 카드를 미리 등록해둔 그랩앱에서 택시를 호출했다. 여행지에선 뭐든 명확한 게 좋은 것!

금세 택시가 호출되었고 선한 인상을 가진 기사님이 내 앞에 등장했다. 나로서는 긴 하루였고 흥정에 조금 지쳐있었던지라 말을 걸지 않고 묵묵히 목적지로 향해 주시는 기사님이 참 고마웠다.





미리 호텔에 도착시간을 알려두어서 무리 없이 체크인을 했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사이트에서 보았던 사진과는 좀 달라서 약간 실망스러웠고, 특히 나에게 중요한 '욕실 컨디션'이 영 별로여서 당장 방을 바꿔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한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일단 자야 했다. 다낭에서의 일정은 오직 다음날 오전의 서핑이 전부였다. 몇년을 고대했던 서핑인데, 컨디션 때문에 망칠 수는 없지. 서핑을 하고 오후엔 기차를 타고 후에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여러모로 더 잘 알게 되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난 파워 J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한 J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사실 이건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확실해졌다고나 할까? 후에를 갈 때 타는 기차 좌석 방향까지도 알아보고 갔으니... (웃긴 것은 이렇게 철저한 듯했지만 정말 당황스럽게도 정작 당일 나는 역방향에 앉았다는 것;) 이렇게 여행 전 나름 철저한 조사?를 하고서도 치앙마이로 이동하기 전 베트남에서의 3일에 대해선 60퍼센트 정도만 계획을 확정한 상태였다. 여행을 계획하던 초반 나는 베트남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거의 없어서 그냥 막연히 한국사람들에게 친숙해서 심지어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린다는 첫 행선지인 다낭에서만 머물다 치앙마이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정보도 수집하고 혹시나 부분 일정을 같이할 동행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생전 처음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라는 곳에 참여해 보았는데, 그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알고 보니 다낭 근처에도 관심이 가는 흥미로운 지역들이 많았다. 다낭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후에'라는 곳이 있다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이란다. 베트남의 유적이나 오래된 역사적 건축물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관심도 없던 나였지만 그곳을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을 보고 후기를 들어보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후기들을 뒤져보니 호와 불호가 딱 반반이었다. 그래서 가도 후에(후회) 안 가도 후에(후회)라는 말까지 있었다. 또, 다낭에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노란색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올드타운, 소원배에 잔뜩 매단 알록달록한 등불이 강물에 일렁이는 야경이 매혹적인 아기자기한 마을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이 있었다. 호이안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다음에 다낭에 가게 되면 호이안에서만 머물 거라는 둥 후에에 비해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았다.



사실 다낭에서 사람들이 다들 간다는 관광명소('바나힐' 같은?)엔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다낭이라는 곳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정보도 많고 베트남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꽤 좋은 시설의 리조트나 호텔에서 휴식하며 쇼핑하고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는 곳이지 뭔가 문화적인 감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여행스타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낭을 포함, 베트남은 처음에 염두에 두었던 여행지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나는 이곳에 머무는 3일 동안 다양한 베트남의 면면을 가능한 많이 경험하고 싶었다.

재미있게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나라가 점점 더 많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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