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꿈꾸었던
너무나 소중한 휴가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최대치를 뽑아내고 싶었다.
그동안 애써 모은 연차를 반나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는 각오로 치앙마이, 발리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과 일정을 수도 없이 고민했다.
처음으로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거나 의견을 묻고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원 없이 오직 나만이 원하는 방식대로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치앙마이와 발리 두 곳 모두 직항은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여행을 준비하며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생각보다 가깝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리가 있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동남아 여행'에 비행기 티켓으로 왕복 8-9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은 스스로 납득이 가질 않았고 내 예산에도 맞지 않아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치앙마이는 보통 베트남을 거쳐가는 경로였고 발리는 거의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쳤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공항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추석연휴를 며칠 앞둔 금요일, 조퇴를 하고 두 시간 일찍 퇴근해서 바로 공항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베트남 '다낭'이다. 다낭과 그 근교에서 3일 정도 머무른 후 태국 '치앙마이'로 이동, 귀국 이삼일 전날 오후 하노이로 이동해서 다음날 하롱베이 당일치기 투어를 갔다가 그날 밤, 정확히는 그다음 날 새벽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큰 일정을 확정했다.
공항으로 퇴근하고 공항에서 출근하는, 꼭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했던 내가 생각한 최고의 일정이었다.
비행기 티켓 구입은 그야말로 타이밍이다.
갑자기 그 전날 보이지 않던 저렴한 티켓이 '뿅!' 나타나기도 하고, 점심을 먹고 확인했더니 갑자기 가격이 확 뛰어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고선 다신 검색하지 말라고들 하나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아무튼 새벽 5시에 도착해서 무리 없이 출근할 수 있었던 티켓의 가격이 갑자기 올라 나는 두 시간 늦게 도착하는 티켓을 결제했다. 다행히도 도착하는 날 오전 반반차를 쓰면 여유 있게 11시까지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에서 다낭, 하노이에서 서울까지의 티켓만 끊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상황에서 맞춰 결정하기로 하였다. 한창 우기인 때라 날씨가 변수였다. 치앙마이가 메인이긴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하롱베이도 수년간 내 버킷리스트에 있던 곳이었다. 다행히도 약간은 여유 있는 일정이라 현지에서 상황을 봐서 하노이로 하루 일찍 떠날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여행의 시작은 무엇일까?
여행지 선정?
일정 구체화하는 것?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항공권 결제'인 것 같다.
아직도 외국으로의 여행은 마치 다른 삶을 사는 내가 되는 것 같은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이라
마침내 내가 비행기를 타는 날짜와 시간이 확정되는 순간에서야
'정말로 여행을 가는 거구나' 싶은 것이다.
언젠간 나에게도 외국으로의 여행이 더 이상 비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날이 올까?
내일도 만원 버스와 지옥철을 타고 출근 예정이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