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무례, 감정으로 새겨진 나날 2

무례, 감정으로 새겨진 나날 2

by 마음벗

시어머니께서는 시동생의 여자친구 자랑을 내게 자주 하셨다. 여자친구가 한 달의 벌어들이는 수입, 여자친구의 집에 대한 자랑, 등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드셨는지 항상 칭찬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시동생의 여차친구 집에 대해 자랑을 하셨고, 자연스럽게 우리 친정집 이야기로 흘러갔다.

“너희 아버지는 이혼은 왜 하신 거야? 엄마를 때렸니?, 도박을 했나? 아니면 바람을 피우셨나?”

시어머니는 거침없는 말투로 내게 질문을 하셨다.

황당 그 자체였다.


“저도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못 하지만,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어머님이 말씀하신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아마도 고부갈등이 있었지 않았나 짐작만 할 뿐이에요.”


무례한 물음에 조곤조곤 대답하고 있는 내가 수치스럽기까지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돈 관리는 누가 하신대?, 주변에서 보니 새 여자를 얻어 살다가 여자가 돈 가지고 도망가고 그러던데..”

질문은 더욱더 거칠어졌다.

나는 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친정에 대한 시어머니의 태도가 무례를 넘어서고 있었다.


“두 분이 사이가 좋으시고, 경제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을 만큼 모아두셨으니 걱정 안 하셔 돼요. 어머님,”

시어머니의 대답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 너희 아버지한테 집 사달라고 해!” “


버럭 화나신 듯 내뱉으시는 말에 짜증이 섞여 있었고

바로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이야기를 하며 물 흐르듯 대화를 이끌어 가시는 모습에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를 버럭 냈다가 순간 얼굴이 온화해지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이상했다.


그리고 다시 공격이 시작되었다.

“너희 아버지는 머리가 훌떡 벗어져서, 너희 시아버지보다 더 늙어 보이는 것 같아.” “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시어머니께서는 또 시작하셨다.

“걔(시동생의 여자친구)한테, 네가 혼수로 해온 이불 세트를 보여주며, 이 이불이 좋은 이불이냐?라고 물어봤어.” “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동생의 여자친구가” 저는 모르겠는데요 “라고 대답했다고 내게 말을 전했다.


항상 그랬다. 그날은 유독 더 무례함을 느꼈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여기서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내가 선택한 사람들 앞에서 친정부모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때 한마디라도 했더라면, 내 마음의 쓸쓸함을 지울 수 있었을까.


내게 시댁은, 아무런 준비 없이 맨몸으로 던져진 바다 같았다.

그 바다에서 그들은 나의 언행을 그들의 기준으로만 재단했다.

그 기준은 옳고 그름이 아니었다. 오직 그들의 의도와 의견에 맞느냐, 아니냐였다.

다름은 곧 부덕이라 말하는 그들에게,

내게 남은 유일한 피난처는 침묵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갔다.

내 침묵은 그들의 확신이 되었고, 나의 양보는 그들의 권리가 되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 한 날이었다. 그날도.. 역시였다.

새벽에 아이를 낳고 오전에 남편이 시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왔다.


아이를 보러 남편과 시어버지께서 잠깐 나간 사이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그만 아이를 낳아라, 너희들은 매일 싸우니 애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여자들은 수술을 배꼽으로 한다. 나도 수술했다” 말씀하셨다.

나에게 피임 수술을 권유하셨다.

남편과 시아버지가 들어오시니 갑자기 낯빛을 바꾸고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는 듯 다른 모습을 보이셨다.


이 무슨 일인가? 아이를 낳고 몸이 힘든 상태였는데 정신적 고통이 몸의 통증을 압도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진정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여태껏 시어머니께서 나를 편하게 생각해 허물없이 대한 것이라 나는 믿고 싶었는데...

그날도 여전히 무례했고,

내가 단순히 만만한 정도가 아니라, 나는 사람조차 아니었다.


남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가족들 앞에서는 따뜻한 얼굴로 포장했으나, 시선이 닿지 않을 때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기분이 내키는 대로 나를 다루었다.


매 순간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고,

그들의 무례는 천천히 스며들어, 나도 모르게 나를 조용히 잠식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만큼 정의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사실만큼은 알게 되었다.

또 그렇게 내 일상은 그들로 채워졌다.

하루, 이틀, 또 하루.......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오간 시간들을 내 다이어리에 조심스레 적기 시작했다.

8개월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추정하여 계산해 본 결과 한 달 평균 9.5회 46개월 동안 약 400회에 이르는 횟수만큼 왕래가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관심과 애정이라는 탈을 쓴 간섭에 묵묵히 귀 기울여야 했다.

시댁은 내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나의 가정에 일부가 되어 있었다.


남편은 항상 바빴고 그나마 조금 남은 시간들 마저 시댁과의 만남의 시간으로 사용해 버려 우리 둘 사이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본인 대신 자기 가족들에게 나로 하여금 효도를 대신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수 없는 만남 속에서 시어머니가 던졌던, 차마 남에게 들려주기 어려운 말들 나와 내 가족을 향한 무례하고 거친 말들, 그걸 남편에게 차마 전하지 못했다. 아니, 전할 힘조차 없었다.

그들은 가족이니까 서로 아끼고 실수도 눈감아주고 살펴줄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 범주에 속하지 못하여 더욱 날카로운 시선이 내게만 머물렀던 것 같다.

그들의 삶은 휴먼 드라마였고, 내 삶은 막장 드라마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장면, 준비되지 않은 대사, 그리고 끝없는 갈등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시어머니가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묵은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내는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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