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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느리 가르치지 않기

by 마음벗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면 참 편하고 좋다.

그 마음 하나로도 관계의 절반은 이미 평화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며느리를 가르치려 드는 시어머니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음식, 집안의 풍습, 집안정리, 설거지까지, 모든 것을 밑도 끝도 없이 전수하려 든다.

하지만 묻고 싶다. 과연 시어머니들은 자신이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내가 하는 말이면 며느리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믿고 있는가?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다 배우는 것은 아니다.

배움에는 반드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방법을 잘 보고 배우거라”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며느리가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어머니처럼 해야지’ 하겠는가?

가르치고 싶다면 배우고 싶게 행동하면 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진짜 음식이 맛있으면, 며느리가 알아서 물어본다.

“어머니, 이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왜 굳이 강요하고 따라 하라 하는가?


나는 전업주부 15년 차다.

그런데 어느 날 시어머니가 설거지하는 방법을 내게 설명하고 가르쳐 주셨다.

“수세미는 이렇게 잡고, 헹굴 때는 이렇게 해야 돼.”

듣고 있으면서도 황당했다.

이미 나는 매일같이 설거지를 해온 사람인데, 그것마저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요즘 며느리들은 초보든 베테랑이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세대다.

정보를 찾는 속도도, 삶의 감각도 빠르다.

그들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꼭 알려주고 싶다면, 아들에게 알려주면 된다.

물론 아들이 어머니의 가르침을 들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결국,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가르치려 드는 이유는 ‘내가 이 집의 중심이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보다 힘든 세월을 버텨냈고, 가족을 지킨 모든 어머니들은 이미 충분히 대단하기 때문에 굳이 집안일에는 ‘최고’라는 평가가 필요 없다.


가족을 위한 행위가 더 잘 닦고, 더 맛있게 만들었는지로 우열을 가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평가는 티 나지 않게 해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묵묵히 해내는 사람에게 세상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그러니 시어머니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또한 굳이 인정받으려 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이미 그 삶 자체가 인정이고, 그 손끝이 사랑의 증거다.

진짜 어른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가르침보다 행동이 먼저이고, 인정보다 평안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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