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의 대상이 되다.
남편과는 긴 연애 기간이 있었고, 결혼 결심을 눈앞에 둔 시점
예비 시댁과 첫 여행이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렸다.
남편은 예비 시댁 식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제안하였다.
여행이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의 권유를 수용했고 예비 시댁 식구들과 첫 여행을 결정했다.
여행지는 시댁에서 멀었고 시댁 식구들은 여행지와 가까운 나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여행 전날 나는 남편과 약속했다. “아침은 휴게소에서 간단히 먹자.” 우리의 계획이었다.
여행 당일 아침 분위기는 싸늘했다.
주방 싱크대 앞에 한 동안 가만히 서 계시던 시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셨다. 시어머니와 나는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 있었고 시어머니는 조곤조곤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나는 “네”라고 대답했다.
“옛날에 말이다. 며느리가 시아버지 밥은 안 챙기고, 집에서 키우는 개한테만 밥을 챙겨줬대, 그래서 시아버지가 개집에 들어가서, ‘나도 밥 좀 다오 며늘아’라고 했단다.”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어머니는 불편한 감정을 표정 변화 없이 그 자리에서 쏟아내셨다.
식구들이 대접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불편해하시는 듯했다.
예비 며느리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듯, 모든 가족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실제로 나는 집에서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침상을 차리지 않았다.
“이 얘기, 나한테 하는 거지?”
당황한 나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었다.
“우리 아침은 휴게소에서 간단히 먹자고 했었잖아, 얘기 안 했어?”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깜빡했네.”
깜빡? 그 한마디가 나를 깊이 찔렀다. 남의 일인 듯 무심했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듯 시댁 식구들은 나에게 ‘며느리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만든 아침 식사를 대접받기 원하는 예비 시댁 식구들이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불편함을 느꼈고 황당해하는 내 표정을 본 남편이 서둘러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해, 엄마.”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얼어붙었다.
시아버지는 헛기침을 했고, 시동생은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탄식을 내뱉었다.
바보같이 나는 결국,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어머니”
그제야 그들은 내게 머물던 날카롭던 시선들을 거두며, 여행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찜찜한 마음으로 그들과 여행을 떠나야 했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애써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여행지에서도, 문제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갯벌 체험을 하기 위해 체험 장소에 도착했을 때,
시어머니께서 불현듯 ”무릎이 아파서 나는 숙소에 가야겠어 “ 말씀하셨고
남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너도 어머니와 숙소에 가 있어” 말했다.
명령 같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도 갯벌 체험하고 싶어. 나도 갯벌 체험해 본 적 없어해 볼 거야”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싸늘한 정적.
남편은 말없이 숙소로 시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다시 돌아왔다.
남편의 불편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보였다.
나는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 쏘아 물었다.
남편은 대답은 “엄마가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였다.
그 한마디에 더 이상 나는 이 여행의 일원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는 가족이 아니라 도우미였다.
2박 3일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우리 그만 헤어지자.....”
남편은 왜 그러냐며 그 이유도 모르고 있었다.
“ 여행 내내 보였던 오빠의 행동... 가족들의 태도에서
결혼 후 내 삶이 어떠할지 보였어. 앞으로 전화하지 말아 줘.....”
“여행의 시작과 끝의 모든 과정에서 나는 어디에서도 없었고, 가족 여행을 돕는 도우미 같았어.”
그 이유를 들은 남편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어머니가 다시는 불편한 이야기를 네게 직접 말하지 못하게 할게”
“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족과 여행을 다닌 적이 없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아.
미안해.”
당황한 목소리로 변명했다.
“더 이상 만나지 말자. 미안해”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시어머니에게서 수 차례 전화가 걸려 왔었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새벽, 남편이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어달라 했다.
너무 시끄러워 나는 결국 문을 열었다.
남편은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가난했던 부모에게 여행이라는 선물로 아들 노릇을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니 이해해 주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하였다.
나는... 그를 용서했다.
이 가족은, 나를 본인들의 기대를 마땅히 채워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매몰차게 몰아세우며, 무안을 줬다.
그들은 유독 나에게만 극진한 대우받기를 바랐고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아마도 ‘며느리’라는 자리가 그런 것 같다.
그들은 몽니(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