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값싼 용서의 대가

값싼 용서의 대가

by 마음벗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예단이나 예물은 생략하고

간소하게, 우리 둘의 힘으로 결혼을 준비하겠습니다.”

부모님 도움 없이 우리 둘만의 힘으로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기에 최소한의 것들만 준비하기로 했다.

순조롭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께서 나와 같은 곳에서 한복을 준비하고 싶다고 하셨다.

완성된 한복을 받아보신 시어머니께서는

뚱뚱해 보인다며 다른 한복을 입고 싶다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의 사정을 잘 알고 계셨던 시어머니께서 단지 뚱뚱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한복을 다시 구입하고 싶다고 말하셨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 결국 한복을 2벌이나 구입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게 맞는 거야?‘

무리한 요구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시어머니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결혼할 때 친척예단 이불을 준비해야 한다” 말씀을 이어가셨다.

혼수로 친척예단 이불까지 요구할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저희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누구 친척 결혼할 때 이불을 받았었다며 말을 이어가셨고

나는 단호히 거절하였다.

그날 또다시 나를 불러 세워 “너희 친척예단으로 양말을 준비할 테니, 너는 우리 친척예단 이불을 준비해라.” 말씀하셨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다시 거절했다.


어느 날 친정집에서 시부모님 예단 이불과 반상기 세트를 준비해 시댁에 가져다 드리라며 가져오셨다.

나중에는 이바지 음식까지 남부럽지 않게 준비해 주셨다.

생략하기로 했지만 친정부모님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결혼식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는 친척예단 이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다.

결국 시어머니는 본인이 직접 이불을 주문하셔서 기어코 친척들에게 이불을 나누어 주셨던 모양이다.

시어머니는 “내가 이불 사서 친척들에게 돌렸다.”며

신혼여행을 다녀온 나를 따로 불러 불편한 마음을 늘어놓으셨다.

남편은 그 이야기를 10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고 한다.

친척예단 이불은 7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시동생이 결혼을 준비하는 중이었고, 예비동서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셨다.

시어머니는 내게 또 실수를 하셨다.

“ 네가 결혼할 때 친척들한테 이불 돌리면서,

우리 큰 며느리는 엄마가 없어서 이런 거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직접 사서 주는 거야.”말하며 친척들에게 이불을 건네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친정에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새어머니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렇게 말하셨다.

자꾸 나에게 “너는 엄마가 없다.”라고 말씀을 자주 하셨다.


오랜 세월 함께 부부의 연을 맺고 살고 계신 친정어머니를 자꾸 없는 사람이라고 하시는지, 이상했다.


시어머니에게 그러한 사실은 나를 깎아내릴 빌미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남편은 “우리 어머니는 그런 사람 아니야.” 로 일관했다.

그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은 또 어떤 사람인가?

나의 모멸감과 불편함을 어디까지 멋대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이 모든 일들은…

결혼 전, 쉽게 베풀었던 값싼 용서가 치른 값비싼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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