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는 늘 보여지는 가난 속에서 살았다.
집안이 결코 궁핍하지 않았음에도, 소녀에게 집안의 부는 흘러가지 않았다.
어른들의 이해충돌에 의한 일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지금도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왜 소녀는 늘 그런 모습을 견뎌야만 했을까 의아해진다.
충분한 재산과 자원이 있었음에도, 소녀에게 전달되는 모든 것들은 흐름이 끊긴 듯, 사라져 버렸다.
그 누구의 의도였는지, 또는 우연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살피지 못한 모든 이들이 소녀의 눈에는 모두 죄인이었다.
같은 집안에서 자라면서도, 소녀는 다른 자매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했다.
소녀는 학교 공부도 늘 잘 해내는 똑똑한 아이였다. 또한 글쓰기를 좋아해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에 살던 친척 중 한 분이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말도 안 되는 조언을 늘어놓으며 소녀가 글쓰기를 공부하는 것을 억누르려 했다.
그렇게 소녀에게는 나름 큰 성과임에도 가정 내에서는 작은 성취로 치부되었다. 소녀의 기억 속에서는 마치 잠깐의 꿈처럼만 남았다.
어린 나이에도 소녀는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와 불평등에 맞서며, 처절한 몸부림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집, 비싼 자동차, 온갖 가전제품과 잡다한 전자제품, 그때 당시에 대부분 가지지 못했던 벽돌만 한 핸드폰까지 그 집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냉장고에는 고기와 과일, 음식들이 가득했고, 보약을 수시로 지어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소소한 것들까지도 모든 것에 단서를 붙이며 짜게 굴었다. 혹시 주워온 자식인가 싶을 정도였다.
학교에서는 소녀를 ‘가난한 가정의 아이’로 보았다. 교사들은 책과 문제집, 미용물품을 하나씩 내밀며 소녀를 응원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심지어 소녀를 진심으로 아끼며 도와주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원만한 학교생활을 해냈던 당찬 소녀다.
때로는 단순한 연필 한 자루, 때로는 예쁜 공책 한 권이 소녀에게는 세상을 버틸 힘이 되었다. 그들의 손길은 소녀의 마음과 생활을 지켜주었고, 그 덕분에 소녀는 살아갈 수 있었다.
소녀는 보여지는 가난 속에서 진짜 가난이 무엇인지 배웠다.
겉으로는 단순히 물질의 부족처럼 보이지만, 진짜 가난은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고, 이해와 인정이 결핍되는 상태였다.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했고, 가족의 관심과 도움을 오롯이 받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깊은 가난임을 소녀는 체험했다.
반대로, 어린 동생은 가난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갔다. 소녀에게만 유독 독하게 가해진 불균형과 결핍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소녀는 그럼에도 동생을 질투하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도리어 안타깝게 여기며 본인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을 품었다.
소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선생님의 작은 관심과 손길은 소녀를 살리고, 그녀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넌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는 말 대신, 조용한 행동과 세심한 배려가 그녀를 지탱했다. 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격려의 눈빛 하나가 소녀에게는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
소녀는 천천히 깨달았다. 보여지는 가난 속에서 배운 교훈은, 단순히 ‘없음’의 경험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와 관심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그 작은 도움 하나가 삶을 구하고, 마음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소녀는 안다. 진짜 가난은 물질의 부족이 아니라, 관심과 이해가 결핍된 상태이며, 보여지는 가난은 그저 외부가 판단하는 잣대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 손 내밀어 준 선생님과 주변의 작은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지는 가난과 진짜 가난을 모두 겪은 그녀에게, 배움과 성장의 길은 그렇게 열렸고 강인한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개척한 그녀의 삶은 세상의 어떤 풍파도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선물했다.
그녀의 삶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년 시절의 따뜻하고 정 많았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관심과 배려, 사랑이었다.
그녀의 동생도 안다. 그런 언니가 있어 동생이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불합리하고 억울한 끝없는 고통을 이겨내고 다른 이를 품었던 고귀한 성품의 소녀에게 찬란한 앞날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