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이제 은행 업무를?
2014년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 도입한 선결제 시스템 사이렌 오더는 전 세계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16년 500억 원이던 스타벅스의 선불 충전금은 2017년 629억 ▲2018년 941억 ▲2019년 1292억 ▲2020년 1801억 원 등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증가하는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이 어떻게 은행을 위협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의 17.5%를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본래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미국 본사인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50 대 50으로 양분하던 지분의 균형을 깨며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17.5%에 해당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인수금액은 약 4742억 원의 규모라고 하는데요? 1999년 이화여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증가한 스타벅스 매장 수는 약 1500여 개 규모라고 합니다.
그리고 2021년 여름, 하루 80만 명의 고객들이 찾고 있는 스타벅스의 연간 매출액은 1조 9,284억 원, 약 2조 원으로 이 수치는 나머지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탐앤탐스 등 나머지 2~7위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높은 매출입니다.
특히나 스타벅스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 중에 하나로 국내의 커피 문화를 바꿨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요. 론칭 초반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 시장에서 낯선 커피의 맛, 상대적으로 높았던 가격대는 소비자의 불만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곧 스타벅스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 아침에 커피, 밥 먹고 커피 등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를 포괄하여 국내에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 부흥 시대를 열었습니다. 스타벅스의 가파른 성장 곡선의 이유를 들여다보자면 스타벅스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빼놓고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가치에 대해 설명드리기에 앞서 스타벅스의 매출 중 80% 정도가 직영매장에서 온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스타벅스라는 공간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까지 소비하는 걸 즐긴다는 걸 반증하죠. 이를 뒷받침하듯 스타벅스의 10-K (연간 실적 리포트)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우리는 커피와 차 제품군을 이끄는 유통 브랜드가 되고자 하며, 우리는 이를 위해 고객 한 명 한 명에서 질 높은 고객 서비스와 깨끗하고 쾌적한 매장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스타벅스가 단순 커피 사업에 국한되지 않은, 스타벅스 공간에서 스타벅스만의 특별한 경험 제공하는 공간, 경험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르게 다가가겠다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하고 참신한 스타벅스의 시도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이런 스타벅스의 커피, 마케팅, 굿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더 새로운 금융의 관점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4년, 스타벅스코리아는 선불로 돈을 충전해놓고, 원하는 음료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시스템을 론칭했는데요. 이때부터 많은 스타벅스 고객이 신용카드 대신 스타벅스의 선불 충전 카드에 금액을 충전해서 이용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렌 오더 기능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편리한 기능이라고 인식이 잡히면서 사이렌 오더 도입 8년 차인 지난 1년간 전체 주문 건수 중 25%가 발생했으며 사이렌 오더의 영향으로 스타벅스의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이 추세에 발맞춰 ‘현금 없는 매장’을 도입하면서 현재 60%가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리 2만 원, 3만 원 충전해두고 매장에서 결제하는 스타벅스의 예치금액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회사의 선수금은 작년 기준 18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가 늘었습니다. 이 금액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수치인지 짐작이 안 가는 분들을 위해서 표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2016년 500억 원이었던 스타벅스의 선수금은 2020년 1801억으로 증가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의 핀테크 기업 토스나 네이버 페이의 선수금 금액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이제 스타벅스가 단순 커피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보이는데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결제 앱은 스타벅스 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 2340만 명이 스타벅스 앱에 내장된 선불카드를 충전해 사용 중이며 미국 내 애플 페이(2200만 명), 구글 페이(1110만 명), 삼성 페이(990만 명) 이용자를 거뜬히 뛰어넘습니다.
실제 미국의 사이렌 오더 예치금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했을 때 1조 4천억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범위를 글로벌로 늘렸을 때는 2조 4천억 원 정도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금융권의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단순 커피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대형 핀테크 회사라고 보고 있으며 이 선불 충전금으로 자금 운용이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핀테크의 영역이 향후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이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일단 스타벅스 측은 현재 가지고 있는 선불 충전금을 가지고 주로 예금에 예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안전하게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 논란이 된 머지 포인트의 폰지사기 먹튀 의혹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을 의식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거대해진 스타벅스 선수금의 규모를 보았을 때 고객의 예치금을 이자 수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면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 스타벅스가 직면한 큰 문제는 국가 간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 문제인데요. 전 세계 78개국의 퍼져있는 매장들에서 거둬오는 통화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금융 규제와 환전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타벅스 앱의 선불카드로 돈을 충전했는데 이를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이치와 같죠. 이러한 호환성의 문제는 스타벅스가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에 있어 걸림돌이 됩니다.
그러나, 최근 암호화 시장의 성장과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 역시 ‘블록체인 기술이 스타벅스의 통합 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2018년 스타벅스가 암호화폐 선물 거래 플랫폼 백트에 투자하게 되면서 전 세계의 스타벅스 매장을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국가를 이동할 때마다 카드 해외 결제 수수료를 낼 필요 없이 어느 국가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거대한 선불 충전금을 활용해 비트코인과 결합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들이 긴장을 하는 이유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2018년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인 방콕 갈리시아와 손을 잡고 스타벅스 은행 지접을 여는 실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남미 지역의 고객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스타벅스는 이 실험을 통해 은행과 스타벅스의 결합에 대한 노하우를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타벅스의 특별한 행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따라갈 수 없을까요?
경쟁 업체들 역시 오늘날의 스타벅스를 만든 사이렌 오더 시스템을 모방하여 자사 앱의 개편을 진행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투썸플레이스는 새로운 앱 ‘모바일 투썸’을 내놓았으며 해당 앱을 통해 사용자 중심 편의성과 결제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고객 유치를 하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와이즈 앱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타 경쟁업체에 비해 스타벅스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른 업체와의 매출 차이입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2위 업체 투썸플레이스의 매출은 5,651억 원으로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벅스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투썸플레이스가 매각된다는 발표도 나왔죠. 현재 투썸플레이스 최대주주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최근 증시에 상장시키는 대신 매각으로 선회를 하고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즉, 결국 스타벅스를 따라잡을 만한 경쟁자가 커피 시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와 대비하여 스타벅스코리아는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신세계그룹의 추가 지분 확보를 계기로 증시에 상장시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와 함께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그룹의 관계사들에 대한 가치 상승도 현재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국내 커피 문화를 선도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스타벅스는 이제 단순히 커피 매장이 아니라 다양한 핀테크 그리고 금융 서비스가 결합이 된 회사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업계 1위로서의 스타벅스의 아성 그리고 스타벅스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업계를 리딩 하는 전략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