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리학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그녀는 왜 그런 관계를 반복했을까 / 관계 중독

by 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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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되지 않은 만성적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타인에게 집착하고 몰두하게 되는 상태를 관계 중독이라 부른다. 1982년, 헝가리의 정신분석가이자 의사였던 산도 라도(Sándor Radó)에 의해 처음 사용된 이 용어는, 흔히 ‘사랑 중독’이라고도 불린다.

관계 중독의 본질은 단순히 사랑에 목마른 것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존재하게 만드는 타인의 인정에 중독된 상태다. 문제는 그것이 자기를 파괴하는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마치 뿌리 깊은 습관처럼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 마츠코의 관계 중독 – 반복되는 비극 >


1. 첫 번째 남자, 야메가


야메가는 작가라는 명함을 가졌지만, 그 무엇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그는 연인 마츠코를 폭행하고, 심지어 몸을 팔아 돈을 벌어오라고 말할 정도로 잔혹하다.

그러나 마츠코는 그런 남자에게서조차 사랑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 그가 외로워 보였고, 아팠고, 고통받는 것 같아서 마츠코는 자신을 희생하며 그의 곁을 지킨다. 그리고 끝내,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사랑이란, 버림받지 않기 위한 인내이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감각이다.


2. 두 번째 남자, 오카노


야메가의 친구였던 오카노는 기혼자다. 마츠코는 그의 내연녀가 되고 만다.
오카노는 매주 수요일마다 그녀의 집을 찾고, 마츠코는 그 날을“행복한 날”이라 부른다. 짧은 하루를 위해, 나머지 여섯 날을 견뎌야 하는 삶. 그것이 마츠코의 두 번째로 택한 사랑 방식이다.


하지만 비밀은 곧 드러나고, 본처에게 발각된 뒤 오카노는 잔혹하게 이별을 통보한다.
"나는 너를 좋아한 게 아니야. 친구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만난 거야. 너의 몸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이 그에게 쏟아부었던 사랑의 무게는, 혼자만의 것이었음을.


3. 살인과 도피, 그리고 시마즈


남자에게 기대어 사는 법을 배운 마츠코는 직업여성이 되고, 그곳에서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자신을 착취하려는 남자에게 분노가 폭발하고,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 도망치던 그녀는 강물에 몸을 던지지만, 얕은 물이 그녀를 죽게 하지 않는다.

삶조차 그녀를 끝내지 못한 그 순간, 시마즈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이발소를 운영하며 단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마츠코는 그에게서 한때 꿈꿨던 '정상적인 사랑'과 '가정'의 환영을 본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과거에 저지른 살인 범죄로 인해 체포되어 8년 형을 받는다.
수감 중에도 마츠코는 시마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출소 후, 찾아간 이발소에는 이미 그의 새로운 아내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이 펼쳐져 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지은 그녀의 미소는, 단념과 체념, 그리고
짙은 슬픔이 묻어나있다.


4. 마지막 사랑, 류


그쯤 되면 사랑에 지칠 법도 하지만, 마츠코는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번에는 중학교 시절 자신이 가르쳤던 불량 제자, 류다. 류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마츠코는 그 감정을 받아들인다.
“혼자 있는 것도 지옥이고, 함께 있는 것도 지옥이라면… 같이 있는 지옥을 택하겠다.”

이 말은 마츠코의 인생을 압축한 한 문장이다.
류가 야쿠자로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도, 그녀는 묵묵히 그를 기다린다. 그러나 돌아온 류는 폭력을 휘두르고, 그녀를 냉정히 외면한다.
마츠코는 어쩌지 못한 채 중얼거린다.
“왜 이러는 거야...”

그 말은 류를 향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향한 절규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 마츠코는 왜 아픈 사랑에 자신을 내어줄까 >


우리 곁 어딘가에 마츠코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될까.
처음엔 안쓰러움으로, 곧 연민으로 그녀를 지켜보다가도,되풀이되는 비극과 실수 앞에서는 결국 지치고, 체념하고, 어쩌면 조용히 외면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지난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면, 그 판단은 쉬워지지 않는다.
마츠코는 세 남매 중 장녀로,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다.가늘게 숨을 쉬던 막내 여동생은 아버지의 모든 애정을 독차지했고, 마츠코는 사랑을 얻기 위해 늘 자신을 깎고 비워내야만 했다. 우스운 표정으로 아버지를 웃기려 애쓰고, 그가 바라던 대로 교사가 되어 보지만, 그 모든 노력은 끝내 “사랑”이라는 말 하나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츠코는 인생 내내 하나의 물음을 되새기게 된다.
“이만하면… 이제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물음 하나가 그녀를 또다시, 자신을 갈아 넣는 사랑으로 이끌고 마는 것이다.


< 끝내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마츠코 >


사랑받기 위해 애써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마츠코를 감정적으로 불완전한 사람으로 길러냈다.
정서적 방임은 그녀의 자존감을 뿌리째 흔들었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법조차 가르쳐주지 못했다.

그래서 세상 속 마츠코는 늘 '희생'이라는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동료 교사의 모욕에도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결국 도둑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학교를 떠나게 되는 마츠코.
가정에서는 위로조차 받지 못한 그녀는 집을 나서고, 이후엔 '사랑'이라는 이름을 한 착취와 중독의 굴레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마츠코.

마츠코의 삶은 상처와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비극의 뿌리에는 단 하나의, 너무도 절실한 바람이 숨어 있다.

“나도 사랑받고 싶어요.”

그녀가 쏟아낸 모든 사랑은 결국,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자신을 구해내고 싶었던, 애처롭고도 아름다운 안간힘이었는지도 모른다.



ㅡ 관계 중독 극복을 위한 방법 ㅡ

1. 나의 욕구와 상처, 반복되는 관계 패턴을 인식해 보는 것이 좋다.

2. 사람과 급하게 친밀해지지 말자. 안전하고, 안정되고, 지지적인 관계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3. 내가 안심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 받거나, 불안한 환경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진다.

4. 상대방에게 나의 욕구와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5. 학대가 발생되면, 그 관계를 끊도록 해야 하며, 개선이 어려울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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