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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영 May 03. 2019

25. 머리 맞대기

품앗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자주 인용하던 말이 있다.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가 바로 그것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다보면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좋기도 하지만, 반대로 재미나 자극이 부족해 아쉬운 경우가 많다. 또한 함께하는 이가 없으니 나태해지기도 쉽다.  

우리 아이는 6살에 처음 유치원에 갔다. 그러니 꽤나 오랜 시간 엄마랑 놀았던 셈이다. 다른 건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랑 매일 다르게 놀아주기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어제 했던 놀이를 또 하자니 내가 지루하고, 그렇다고 새로운 놀이를 고안하기엔 나의 창의력이 턱없이 부족한 듯 싶었다. 

어느 날, 기관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온라인 품앗이를 해보자는 글이 카페에 올라왔다. 나는 놀이 아이디어를 얻을 목적으로 냉큼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방법은 간단했다. 일주일에 한 명씩 아이와 놀이한 것을 올리면, 다른 엄마들이 따라해 보는 식이었다. 사실 그 전에는 키즈 카페라도 가야 즐거운 놀이가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들의 창의력이 팡팡 터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아이들의 만족감도 커져갔다. 

이 모임을 통해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둘째, 놀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이다.
셋째,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댈수록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아이는 아이대로 일주일에 한번 하는 특별한 놀이를 기대했고, 나는 놀이 고민으로부터 살짝 해방되어 행복했다. 또한  내 차례가 될 때면 고심 끝에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내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나처럼 아이를 오랫동안 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가 있다면, 아이랑 어떻게 놀아줄지 막막하다면, 혹은 늘 아이 친구와 어울려 노는 일에 엄마가 에너지를 많이 빼앗겼다면, 이런 온라인 품앗이는 어떨까?

엄마들끼리는 한 두달에 한번씩 모임을 했고,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정도로 부담없이 만났다. 그리고 비공개 카페를 만들어 놀이한 사진을 공유하는 재미도 솔솔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혼자 아이디어를 내어봤자 늘 재미있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어떤 일이든 같은 길을 걸어가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으면 힘이 난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외롭고 힘든 육아에는 더욱 그렇다. 지치지 않는 육아를 위해 함께 걷는 친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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