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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영 May 05. 2019

27. 보람

성식아!고마워!

내가 쓴 동화책 2권이 세상에 나오긴 했지만, 나는 아직 '작가' 혹은 '동화작가'라는 말에 익숙치 않다. 뿐만 아니라 딱히 보람을 느꼈던 일도, 흐뭇했던 적도 없었다.

책이 출간되자, 남편은 회사 동료들 중 아이가 있는 이들에게 책을 선물해 주었다. 그 중 한 분은 아이와 함께 열심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책읽기 보다는 노는 것이 더 좋은 3학년 남자 아이랑 시간을 내어 책을 읽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아들이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성을 쏟았단다. 

첫 책, <으스스 된장 마을의 비밀>을 읽은 성식이가 그랬단다. 
"아빠! 이 마을 정말 이상해! 된장 사업 하다가 죽은 아저씨도 있고, 어떤 아이는 사고로 죽었대. 무서운 마을이야."
아이의 반응을 전해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아이의 눈으로 다시 스토리를 생각하니, 그야말로 이상하고 무서운 마을임에 틀림없었다. 

두번째 책, <거꾸로 가족>은 성식이 또래 남자 아이, 바로가 주인공이라 조금 낫겠다 싶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으스스 된장 마을의 비밀>보다 재미있다며 좋아했단다. 

어제 성식이 아빠가 남편에게 성식이가 작성한 독서록을 찍어 보내주었다. 보통 저학년 남자 아이들 중 절반은 사람 대신 졸라맨을 그리는데, 성식이 그림은 놀라웠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에 정성이 한가득 느껴져서 아주 기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쓴 대목이 내 시선을 오래 묶어 두었다. 

<우리가 남의 다름을 인정해줄때, 남도 비로소 우리의 다름을 인정해준답니다.>

난 처음으로 동화 쓰기에 '보람'을 느꼈다. 뻔한 주제라 단순하다 여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이 스스로 발견한 주제에 적잖히 감동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동화를 써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식아!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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