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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영 May 06. 2019

30. 실패

소설가 김혜정님 이야기

소설가 김혜정님은 중학생때 첫 소설을 출간했다. 학교와 집이 지겨워 가출을 꿈꾸다가, 실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가출일기>라는 이야기로 담아낸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의 진로는 결정되었다. 너무도 당연히 소설가가 되어 멋지게 살 것을 꿈꾸었고, 첫 책의 행운이 내내 이어지리라 믿었다.

첫 소설 이후 무수히 많은 이들이 두번째 소설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실상 그녀의 작품은 번번히 퇴짜를 맞곤 했다. 성인이 되자 친구들은 하나 둘 번듯한 직장을 잡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오직 그녀만 소설가라는 직업을 위해 쓸쓸히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야 그녀는 진짜 소설가가 되었다.  

십년동안 100번이 넘게 공모전에 탈락한 그녀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드러난 성공만 바라보며 쉽게 이야기한다. 어쩜 그렇게 운이 좋으냐고. 그녀와 달리 왜 자신에겐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느냐고. 

그녀는 운이 좋은게 아니다. 수없이 넘어져도 쓰린 속을 부여잡고 일어나서 다시 도전한 것이다. 넘어지고 실망하는 일이야 얼마나 쉬운가? 진짜 어려운 건 불안을 안고 다시 일어나 부딪히는 일이다.  

동화를 쓰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나는 꽤나 많은 원고를 썼다. 그 많은 원고들을 투고했으니 내가 받은 퇴짜 메일만 하더라도 단기간 최대 숫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퇴짜 메일을 받았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저희와 출간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그야말로 사무적인 답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0번, 20번이 넘어가자 슬슬 내 마음에 자기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거 내 길이 아닌거 아냐?' '난 역시 글로 먹고 살 팔자는 아닌가봐.' '지금이라도 어디가서 글쓰기를 좀 배워야하나?'

그러다 신랄하게 내 원고를 비평하는 메일이라도 더해지면 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곤했다. 
'내 이럴줄 알았다!'
 마치 기회를 잡으려 혈안이 된 존재가 불쑥 나타나 내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존재는 누구보다 내 실패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아주 많이, 그리고 자주 넘어지다보니 이제 넘어지는 것도 그리 두렵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두려워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은 실패지만, 다음 번 도전에서 성공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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