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나 오랫동안 서평을 써오고 있다. 책을 읽고 끄적이는 것이 좋기도 하고, 서평을 통해 책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우연히 책장을 보다가 10년 전에 인터파크에서 만들어 준 서평책을 발견했다. <2009년 100권 읽기 캠페인 독서의 달인 기념도서>라고 적힌 걸로 봐서 1년동안 100개의 리뷰를 달성한 사람들에게 준 혜택이었던 것 같다.
10년 전에 내가 쓴 서평들을 읽다보니 부끄러워서 어이없는 실소만 터져나왔다. 문법적으로 틀린 말들이 수두룩한 건 둘째치고, 한껏 감정에 취한 서평부터 비평가 모드로 신랄하게 비판한 서평까지, 차마 끝까지 읽기도 민망해지는 글들 뿐이었다.
그런데 나의 부끄러운 글들을 읽다보니 문득 '기록'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10년 전의 내 생각들, 가치관들이 고스란히 서평에 녹아있기에, 내가 어떻게 변화했고,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지금의 나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았다.
어느 노학자는 평생에 걸쳐 매일 일기를 쓴다고 했다. 오늘 일기를 쓰고 나면, 작년 오늘, 재작년 오늘의 일기를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는단다. 그래야 자신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기록을 남겨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만큼 기록은 강력한 원동력이자, 선명한 증거가 된다.
잊고 있었던 서평들 덕분에 나는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10년 후에 읽어보면 틀림없이 또 부끄럽겠지만, 그만큼 발전했다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