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아주 작은 디테일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 겸 점심을 함께 했다. 몇번 뵌 적이 있어서 매너가 좋은 분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또 한번 느꼈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디테일 면에서 크게 다르다는 걸.
내가 일전에 보낸 원고를 보시며 한참 수정 방향을 짚어주셨는데, 음식이 나오자 좀 난감해졌다. 테이블이 예상외로 너무 작아서 내 원고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보통 다른 분들 같으면 옆에 비스듬히 세워 두고, 별 신경쓰지 않았을텐데, 이 분은 달랐다. 얼른 카운터로 가서 식사하는 동안 원고를 맡아 달라고 하셨다. 원고를 구기거나, 원고에 음식이 튀는 것은 매너가 아닌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런가하면 식사를 다하고 가게를 나설 때였다. 일하시는 분이 "안녕히 가세요."라고 등 뒤에 대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대표님이 얼른 고개를 숙여 "잘 먹었습니다."라고 공손히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안녕히 계세요."라며 건성으로 말하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얼마 전에 남편이 대표님 성함을 검색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고보니 대표님은 대형 출판사 마케팅 담당으로 크게 이름을 떨치신 분이었다. 그런데도 늘 수더분하시고, 겸손하셔서 깜쪽같이 몰랐던 것이다. 결국 내공에 매너가 더해져서 성공으로 이어진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지금껏 디테일의 중요성을 책으로만 배워왔다. 그런데 오늘 '살아있는 교과서'를 뵙고나니, 그 말의 뜻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공이 깊은 사람일수록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마음에 또렷이 새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