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들끼리 입에 발린 칭찬을 주고 받는 순간이 참 싫었다.
"어머나! ㅇㅇ이는 어쩜 달리기를 그렇게 잘 해요?"
"ㅇㅇ이는 머리가 참 좋은 것 같아요."
"ㅇㅇ이는 그림에 탁월한 소질이 있죠?"
물론 그 중에는 진심에서 우러 나온 칭찬과 감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질투가 한껏 스민 칭찬들이었다. 그보다 더 싫은 것은 그 칭찬을 받는 엄마들의 반응이었다.
"아니에요. 달리기도 그리 잘 하지 못하는걸요. 그 날만 컨디션이 좋았나봐요."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수학 문제 풀 때보면 실수를 얼마나 하는지 몰라요."
"그림만 잘 그려서 뭐해요. 정작 중요한 과목은 못하는걸요."
우리는 왜 겸손하다못해 아이를 깎아 내리는걸까? 겸손이 늘 미덕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나는 그런 류의 칭찬과 반응이 모두 피곤해서 아주 색다른 대답을 하곤 했다.
"ㅇㅇ이는 글을 참 잘 쓰네요?"
라고 누군가 우리 아이 칭찬을 하면, 바로 대답했다.
"네, 제가 봐도 참 잘해요."
그럼 열이면 열, 모든 엄마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더이상 입에 발린 칭찬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 눈에 나는 '비호감' 엄마였을테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 참 잘했다 싶다. 왜냐하면 나의 그런 대답은 어느새 입에 붙었고, 어느 순간 진짜 긍정의 시각으로 아이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고, 아이의 강점이 강점으로 인정받길 희망한다. 그런 자기 긍정의 경험들이 아이의 내면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