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진 않았지만 의식은 깨어 귀가 열린다.
오늘 아침은 매미 소리가 아닌 새소리가 들린다. 언제 소리가 바뀌었지?
시골도 아니면서 도심의 아파트에서 언제부터 인가 여름이면 매미 소리가 뜨거웠다.
올여름은 유달리 심하게 울어 대던 매미들이었다. 그들의 여름도 그만큼 뜨거웠는지 모르겠다.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고목이 많아서 매미들이 집 짓기가 좋았을까.
이렇게 뜨겁던 여름이 엊그제였는데 어제저녁은 창문을 모두 닫고 홑이불을 바꿔 덮었다.
여름 이불에 발이 시리다는 것을 느껴서 이불을 바꾼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인간이 느끼는 몸의 감각이 이렇듯 바람 앞에 놓인 얇은 종이 조각 같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 잠을 잘 수 있었는데 하루 사이에 발이 시리다니 웃긴다. 내가 예민한 사람일까. 이런 생각들로 뇌의 회로가 분주한 아침이다.
이제 그만 눈 뜨고 일어나자.
어느 날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알람 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6시!
잠을 참거나 줄이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3~4시간을 자다가 6~7시간으로 수면 시간을 늘리면서 나는 몸의 부기가 빠지고 정상 체중을 찾았다. 물론 수면 시간을 늘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니터링 일지를 쓰면서 수면 시간과 체중의 변화를 기록한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무튼 오늘도 7시간의 수면으로 눈을 뜬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마주한다. 하이 탑과 레깅스를 입고 메트 위에 섰다.
매일이 첫날인 것처럼 새롭게 세팅하는 나의 하루다.
숨 쉬고 먹고 자는 것! 이 세 가지는 억지로 하면 안 된다. 내 리듬에 맞춰서 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자연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호흡하고, 졸릴 때 자고, 눈 떠질 때 일어나고!
이처럼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욕심이 가득할 때였다. 불안했던 시절이었다.
현재의 삶이 불안하고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을 때 잠을 줄이고 먹는 시간을 줄이면서 인스턴트식품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바쁘게 살면서 바둥거릴 때는 절대 알 수 없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고 아침에 눈 뜨기 전에 귀를 열어주는 소리가 매미 소리인지, 새소리 인지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자연과 세상을 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살자.
바람이 뜨거운지 차가운지 새가 우는지 매미가 우는지 들을 수 있는 마음과 가벼운 운동,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차 한 잔의 여유가 있는 아침,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 여유 있으면 좋겠다.
조금만 비워내고 덜어내도 공간이 생긴다.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면 삶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길 것이다.
오늘 하루 내가 먹는 것이 나를 건강하게 하고 내가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가 내 몸을 만든다. 거울에 비친 나에게 말한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해. 오늘이 너의 새로운 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