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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May 05. 2023

목련꽃그늘아래서

월요일은 여성 장애인 평생교육원에서 꽃차 수업이 있다. 

목련 꽃 차를 만들어 보는 과정을 실습하는 시간이다. 교육원 전체가 목련 꽃향기로 행복한 오후다.

잘 자란 목련을 따오신 선생님은 꽃잎을 학생들에게 만져보게 하셨다. 

수줍게 안고 있는 꽃잎들을 펼쳐서 뜯어보고 냄새도 맡아보았다. 

생화 그대로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서 따낸 꽃을 하루 이틀 실온에서 숨을 죽인 후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건조기에서 이틀을 건조한 목련 꽃을 가지고 오셔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꽃을 찌는 과정은 소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뜨거우니까 조심합시다.”

프라이팬에 물을 부은 후 찜기를 넣고 대소쿠리를 올린 후 말린 목련 꽃을 넣었다. 

목련 꽃이 담긴 대소쿠리를 찜기에 넣은 후 다른 대소쿠리로 덮어 목련 꽃을 수증기로 찌는 과정을 서너 번이나 반복했다. 교실 가득 꽃향기가 한가득이다. 찌는 과정을 진행할 때마다 향기가 다르게 느껴져 너무 신기했다. 학생들도 상기된 볼 빨간 소녀들처럼 서로 꽃향기를 맡아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쪄낸 목련 꽃은 프라이팬에서 수분을 날려주는 작업이 남았다. 선생님은 이 작업은 학생들이 하도록 해주셨다. 흰 장갑을 끼고 프라이팬 위의 목련 꽃을 손으로 뒤집어 주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 후 남은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미열의 프라이팬에 목련 꽃이 담긴 소쿠리를 넣고 뚜껑을 덮어 주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유리 뚜껑으로 작은 물방울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뚜껑의 물기를 닦아주고 다시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수증기가 맺히지 않을 때까지 뚜껑의 물기를 닦는 것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목련 꽃잎을 뜯어서 손질한다 

꽃차 수업할 때는 명상음악을 틀어 놓는다. 산새 소리, 물소리와 함께 꽃향기에 취하다 보니 교실이 아니고 조용한 암자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은 우리에게 금잔화 꽃 차를 내려주셨다. 

맛이 물맛이다. 학생들도 모두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맛없어요, 선생님!” 

“첫 시간에 너무 맛있는 차를 마셔서 오늘 차 맛이 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럼 다시 맛있는 차로 한번 만들어 볼까요?”

선생님은 지인께 선물 받으신 블랜딩 꽃차 티백을 함께 넣어서 차를 우려 주셨다. 

꽃 차도 블랜딩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 모금 마셔본다.

입안으로 퍼지는 단맛을 무엇에 비유해야 할지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마음 한편에 봄날 아지랑이가 오르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을 그녀들도 느끼길 바랄 뿐이다. 꽃잎 손질하느라 수고한 그녀의 어깨에 가만히 손 얹어 마음을 건네 본다.

“아! 선생님, 아파요!” 항상 무거운 가방 때문에 어깨가 딱딱한 미정 씨의 외마디 비명에 우리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차를 바로 마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목련 꽃 차는 이 상태로 하루 이틀 재운 후에 차로 마실 수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기다림의 대가로 맛볼 수 있는 목련 꽃 차의 화려한 맛을 상상하며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목련 꽃 차는 기관지 질환을 완화해 주고 머리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켜 집중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각종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혈액순환을 개선해 주고 체내에 쌓인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준다. 또한 성질이 따뜻하고 뛰어난 항염증 작용을 해 주기 때문에 두통, 치통, 복통, 결막염, 안구질환, 기관지 질환의 예방과 개선용도에도 좋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알려주는 목련 꽃 차의 효능이다.

정성 들여 잘 만들어진 목련 꽃 차는 가정에 준비되어야 할 가정상비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 꽃 차를 구입할 때는 꼭 식약청의 검사필이 있는 꽃차를 구입해서 마셔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가정에서 만드는 꽃 차를 잘못 구입해서 마신 경험을 가지고 꽃 차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이 종종 있답니다.”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을 꽃향기와 함께 시작하게 해 준 목련 꽃차 수업은 이렇게 끝났다. 

좌충우돌 정신없는 여성장애인 평생교육원 생활에서 꽃 차 수업을 통해 그녀들과 함께 멋스러운 낭만 가득한 봄날을 보낼 수 있어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진다.

     

“가장 약할 때 가장 강한 것이 나오는 법이라네. 

감정적이고 무력한 약자의 눈물이 가장 큰 힘이지.” 

- 고 이어령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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