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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May 05. 2023

1교시






출근길 개나리를 보고, 퇴근길 목련을 보며 귀가합니다. 오피스라이프 일주일을 살아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천지가 꽃을 피우는 봄날들이 우리 곁에 다가오지만 내 마음의 꽃밭이 더 예쁘면 좋겠습니다. 나이 들어 시작한 오피스라이프 덕분에 계절의 호사를 누리는 요즘입니다. 



첫 수업 이후 그녀들과 새롭게 만난 오늘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1교시 수어 시간이 공강으로 2교시 디지털 영상 수업시간이 2시간 연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그녀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먹고 의식적으로 그녀들에게 질문을 해봅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영상을 만든다면?, 어떤 것을 만들고 싶냐고 했더니 모두 가족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합니다. 생일사진을 찍고 싶고, 여행 사진을 찍고 싶고, 모두의 중심에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마음속에 온전히 의지하는 존재가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가족가운데 있는 자신에 대해서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녀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사진. 내가 밥을 먹는 것, 내가 글씨를 쓰는 것 등등 밖에서의 그녀들의 모습을 담아 가족들에게 보내는 것을 미션으로 이수업을 진행해 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내 가슴에 손을 얹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붉어지는 우리 58년생 언니, 1남 3녀의 자녀들에게 그녀의 웃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음성메시지를 보내보자는 것을 진행할 때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그녀들의 말속에서 그녀들의 외로움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90년생 미정 씨는 아빠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그녀들만의 작은 울타리에서 꺼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또한 나만의 이기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녀들의 가슴속에 작은 돌멩이 하나 던져 울림을 주고 싶습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고목나무처럼 그녀들의 마음 나무에 파릇파릇 새싹이 나서 꽃을 피우고 12월 종강이 되었을 때는 우리들의 마음이 희망꽃으로 가득하길 바라봅니다. 그 꽃밭이 울타리가 되고 정원이 되어서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웃는 그녀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석 교수님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그가 읊은 시가 생각납니다. 

교수님은 인문의 숲에서 읊었지만 저는 종합 2반 교실에서 읊어봅니다.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생활이 일상이 된 사람들과 살면 좋아하는 것들이 명확해질 것이다는 희망을 마음에 품고 오늘도 그녀들에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제일 기분이 좋은지...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들도 서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어디 사는가. 무슨 대학을 나왔나. 자식이 어디 대학을 들어갔나. 건물이 어디에 몇 개가 있나 이런 것들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잔고가 얼마 큼인지 살피며 살아간다면  우리들의 삶이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종합 2반의 그녀들을 조급함 없이 기다려 주며 그녀들이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마음을 더 쏟아보려고 합니다.


"인문적 통찰은 명사 형태로 시멘트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굳어 가는 틀을 자기가 뚫고 나올 수 있을 때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대답하는 주체에서 질문하는 채로 전변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최진석 님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읽은 이야기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콘크리트를 뚫고 나올 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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