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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Jan 23. 2024

여행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다.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2년 만의 해외 나들이다. 2017년부터 매년 여고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간다. 한나라 찍고 돌기 여행이다. 터키를 시작으로 동유럽, 포르투갈, 인도, 몽골에 이어 1월에 남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6개월 전에 예약을 하고 기다리던 여행이라 기대도 많이 되고 고흐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흥분이 되기도 했던 날도 있었다. 모나코, 칸, 니스를 생각하며 상상하는 즐거움도 여행을 기다리는 재미였다. 

그러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10박 11일의 일정이었는데 두바이에서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후회했다. '경비를 좀 더 들이더라도 시간을 벌 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가고 오고 4일을 제외한 7박의 여정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샤갈의 무덤이 있는 생폴드방스 역사예술마을의 안내지도판


인천공항에서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는 10시간의 여정 가운데 잠깐 눈을 붙인 후 이선균을 만났다. 

'기생충'영화를 다시 보았다. 나의 아저씨 이선균은 '기생충' 영화에서 칼을 맞고 죽는다. 

'영화에서도 죽었구나. 나의 아저씨는. 영화가 암시를 주는 것이었을까.' 잠시 생각이 들었다.

상류층과 하류층의 두 가족의 만남으로 인해 시작되는 비극의 결말인 영화 속에서  이선균은 칼에 찔려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다. 

인간을 계급화하고 귀족과 천민을 대하는 듯한  보스 이선균의 말에 운전기사 송강호는 상처를 입는다. 

보스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칼에 찔린 딸의 죽음을 목격한 아버지의 분노라고 만 하기엔 너무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여행 와서 죽는 이야기를 하는 게 좀 그렇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내가 지금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이지만 이 비행기가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갑작스럽게 발병이 나거나 사고로 오늘 죽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이런 잠깐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났다. 


두바이 공항에서 3시간을 대기했다가 7시간 비행기를 탄 후에야 니스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버스로 이동한 곳이 생폴드 방스에 있는 샤갈의 무덤이었다. 죽음에서 무덤까지 오는 여행의 첫날일정이 이번 여행의 시작을 암시하는 걸까. 

겨울 날씨 답지 않는 화창한 날씨와 하늘의 생폴드방스 골목골목은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화가의 마을이라 그런지 곳곳에 그림과 예술 작품들이 즐비했다. 

샤갈과 그의 부인들이 묻힌 무덤을 보면서 나는 죽은 후에 무엇을 남기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잠깐 유쾌한 친구들 덕분에 우리는 풍광 좋은 언덕의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스텔라 맥주를 한잔씩 마셨다. 이제 시작하는 여행의 일정을 위한 건배였다. 공기가 좋아서일까. 맥주가 목에 감긴다는 친구들의 격찬에 우리는 함께 웃었다. 

꼬박 이틀을 날아서 도착한 니스가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듯 긴 여정의 비행고통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우리는 지금 니스에 와 있다. 이선균의 죽음을 애도하며 샤갈의 무덤에 오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죽음보다는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로 채워지는 여행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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