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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Feb 05. 2024

인생에서 가장 실수한 순간

실수가 아니라 다른 선택이었다.

머리숱이 약쑥같이 희어진다는 애년을 6년이나 지나왔다.

함께 글공부하는 모임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실수한 순간이 언제 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보니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결혼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딱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순간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해.'다.

결혼을 했으니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 것인데 나는 왜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유를 파헤쳐 볼까 한다. 


불혹을 지날 때만 해도 이 나이의 언니들이 왕 언니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결혼을 했으니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 것인데 나는 왜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남편도 잘해 주고 아들 딸들도 건강하게 잘 살아주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오늘날 내가 엄마가 되었고 아내라는 자리를 만들어 준거 아닌가. 이제껏 잘 지내온 것 같은데 나의 내면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한 조각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피해 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이른 나이에 친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결혼을 선택했다. 

대학 시절 남편과는 캠퍼스 커플이었고, 나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는 오빠였다. 이 순간을 기억하다 보니 나의 뇌에서 결혼은 실수였다는 생각을 지워야겠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들, 딸들이 없었을 것이고 며느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고를 칠 때마다 해결사처럼 해결해 주는 남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남편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이 시어머니고 시아버지다. 내가 불편한 마음을 갖는다면 안된다는 반성을 이 나이에, 이 순간, 이 글을 적는 순간 해 본다. 

남편이 부모님께 정성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데 지극히 하는 그 효도가 가끔 나를 외롭게 할 때도 있긴 하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겪는 외로움에 비할 것이 아닌 것 같다. 왜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을까.


시댁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말 최대의 실수가 생각이 난다.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났을 때 가족들과 함께 따라가지 않은 것이다. 30년 전에 서울로 올라가서 자리 잡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아닐까. 30년을 살고 있어도 아파트 가격이 변동이 없는 지방 소도시의 생활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안타깝다. 남편과도 더 잘 지낼 수 있었을 것이고, 물론 지금 잘 지내고 있지만 퇴직이 더 늦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혼자 생활을 빨리 정리하고 싶어 이른 퇴직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시 부모님이 반대를 해도 어떻게 든 따라가서 지지고 볶고 서울 살이를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된다. 

그러나 이 또한 생각해 보니 실수가 아닌 것 같다. '서울에 살면서 세 아이를 교육시키는 일이 쉬었을까.'

교육비도 지방보다 더 비쌀 것이고, 전세로 살면서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느라 길 에다 버리는 돈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실수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이 일들이 내가 잘못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실수라고 생각한 일들이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생은 살면서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려 본다. 

오프라윈프리의 어느 강연에서 '삶은 실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경험이 있을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 인생을 살면서 내가 했던 것은 실수가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 


#백일백장#책과강연#인생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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