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슬로 모닝데이다.
알람 없이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켠 뒤 포트에 물을 끓인다.
양치를 하면서 베란다에 나가서 화분과 인사를 한다.
'더위에 얼마나 수고가 많은지...'
양치 후 음양탕을 마시고 페이퍼스에서 받아온 박스를 두 달 만에 뜯는다. 훌륭한 독서대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한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낯선 아침이다.
3주 차 한국어 교원과정 강의를 들으면서 아침을 마무리한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가 고구마가 먹고 싶단다. 고구마를 삶아서 엄마께 갖다 드리고 로컬매장으로 향했다.
다음 주에 먹을 야채와 장을 봐야 한다.
'토마토, 방울토마토, 오이, 양배추, 당근, 깻잎, 상추, 양상추, 사과'를 샀다
이번 주는 야채 수프와 상추 김밥, 쉬라즈 샐러드와 CCA주스를 먹을 계획이다.
양배추와 당근 라페를 만들고 쉬라즈 샐러드를 만들고 야채수프를 만들고 남은 냉털 야채로 호박나물과 고추된장무침까지 만들고 나니 시간이 점심때를 지나가 버렸다.
일하면서 바나나 한 개를 먹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배고픔을 못 느꼈다. 주방 일이 마무리되고 앉자마자 서점에서 카톡이 왔다. 주문한 도서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서점을 향한 걸음을 옮겼다.
산책이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그냥 자연 바람과 햇살에 눈부심을 만끽하며 발을 내디뎠다.
일주일 먹을 야채와 식단을 준비한 기쁨에 서점까지 한 달음에 남편과 같이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장 통에 있는 쌈밥 집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 쌈 채소가 무한 리필인데 여기서 이른 저녁 먹을까요?"
"저녁거리 만들어 놓고 나오지 않았어요?"
"그냥 먹으면 또 설거지 해야 하고 여기 있는 야채가 다양하고 먹을만해요. 먹고 갑시다~"
야채 바구니를 들고 왔다 갔다 5~6번을 한 것 같다.
두루치기와 청국장과 쌈 채소를 배부르게, 맛있게, 건강하게 먹었다.
남편의 반주를 한잔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이기지 못하고 소주 한잔을 부딪혔다.
슬로모닝으로 시작했는데 일탈데이로 마무리했다.
일탈도 기분에 따라 다른 거 같다.
기분 좋은 일탈이라 과식을 했어도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슬로모닝으로 시작한 여유가 어쩌다 하루 일탈로 즐거운 주말저녁이 되었다.
내일 아침 몸무게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