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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y 25. 2022

어떤 경험이 ‘찐’ 경험일까?(1)

취업의 근본력-9

 요즘 기업들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단연코 ‘경험’이다. 자기소개서에는 ‘경험 기반 (질문) 항목’, 면접에는 ‘경험 기반 면접’이라는 말이 일상화될 만큼 기업들은 지원자의 이런저런 경험들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끊임없이 캐묻는다.


 왜 이렇게 기업은 지원자들의 ‘경험’이 궁금해서 안달하는 걸까? 기업의 입장에서 채용의 목표는 필요한 인재를 뽑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입사 후 뛰어난 성과를 내고 회사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채용의 목적은 ‘오랫동안 일 잘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에서의 일은 학습을 통해 얻어진 지식의 바탕 위에 폭넓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문제 해결 능력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문제와 더불어 산다. 문제에는 마침표가 없다. 한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삶이다. 문제는 우리의 삶 속에 늘 존재하고, 눈앞에 맞닥뜨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은 성장해 나간다.


 기업은 더하다. 아니 어떤 기업이든 그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헤아릴 수 없을 지경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당연히 직장인들의 하루하루는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과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각자가 맡은 일에 따라 문제의 종류는 다 다르겠지만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직장인에게 일이란 결국 문제의 해법을 찾는 행위다.



 그런데 학생과 직장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차이가 크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말처럼 학교는 이론 중심이다. 그래서 지식을 중요시한다. 학교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서 전공(학문)만을 공부한 학생들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오직 자신이 알고 있는 학문적 지식에 기대서만 해답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론으로만 알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정작 문제와 관련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 철저하게 성과 중심이다.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는 가다.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이지 무언가를 안다는 자체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학교와 직장(기업)의 가장 큰 차이다.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샘 혼이 어느 인터뷰에서 “25년 동안 강연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에 요즘 기업들이 지원자의 경험을 그토록 중시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실제 경험이 없다면 다 말장난이라는 것입니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겉만 번지르한 ‘레토릭’(Rhetoric·修辭)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대학에서 받은 교육내용과 기업의 경영환경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장인들이 직면한 문제는 학생들이 풀어야 하는 교과서나 참고서의 연습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같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어떤 상황에서나 들어맞는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바야흐로 대격변의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은 이후로 우리 일상은 그야말로 확 바뀌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대전환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은 지금까지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급변’조차 ‘한가한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일 새로운 것이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현기증 날 만큼 변화의 속도는 점점 가팔러진다. 오죽하면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결합한 ‘뷰카(VUCA) 시대’라는 말이 나왔을까. 뷰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변화의 방향은 더더욱 예측하기 힘들다. 아니 예측은 번번이 엇나가기 일쑤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환경 탓이다. 지금은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고 섞이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빅 블러(Big Blur)’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따라 ‘적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변화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생존의 관건은 적응할 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기업들은 지금 양자택일의 선택지 앞에 놓여있다. (변화에) 적응하거나 도태되거나.  

"현상 유지는 우리가 택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지다"-애덤 튜즈(미국 컬럼비아대 사학과 교수)


 과거 방식을 답습해서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지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지금껏 통했던 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다 보니, 아니 하루아침에 바뀌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기존의 답이 힘을 잃으면서 기업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더듬더듬 걸을 때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답을 찾아내야만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받아든 가장 큰 숙제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피벗(Pivot)’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고 나면 매일매일 달라지는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발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재빨리 바꿔보고 실패하면 바로 수정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복잡계(複雜界) 세상이 되고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채용에서 (지원자의)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왜 그럴까? “문제에 부닥치면 개인은 ‘경험’에 묻고, 집단은 ‘역사’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 사람의 과거 경험들이 어떻게 문제에 대처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경험은 지식을 배우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처럼 경험은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데이터 풀(Data Pool)’과도 같다. 그래서 경험의 두께는 대체로 사고의 깊이와 일치한다. 따라서 일이든 사람이든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게임할 때 게임 속 캐릭터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험치를 쌓으면 레벨이 올라가듯 삶의 경험치는 그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킨다. 경험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불쏘시개가 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경험치(經驗値)’는 한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을 좌우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진 경험의 폭과 깊이에 의지해서 변화무쌍한 세상살이를 헤쳐간다. 지혜가 자란다는 것은 결국 ‘경험의 나이테’가 굵어지는 일이다.  

 나이테는 나무를 가로로 자른 면에 나타나는 둥근 무늬를 말한다. 매년 하나씩 생기므로 그것이 곧 나무의 나이다. 한자로는 연륜(年輪)이라고 쓴다. 말하자면 그동안의 삶이 가르쳐준 지혜가 바로 경험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문제 투성이 일터에서의 삶은 당연히 문제 해결의 연속이기에 직장인에게 매일 요구되는 역량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문제 해결 능력이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경험만큼 중요한 능력은 없음을 실감할 때가 많다. 실제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중고책을 팔았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기업들은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통해 쌓은 실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가능한 많은 일들을 겪어보고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조우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창의적으로 판단하고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순발력과 대처능력이 길러진다.


 그래서 요즘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영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예전에는 기업들이 (출신) 학교·학점·어학성적 등의 스펙 좋은 소위 ‘모범생 인재’를 선호했다면,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최근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실전형 인재’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스펙이 아니라 경험의 차이가 취업의 당락을 가른다는 말이다.


스펙, 경력, 경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이 자주 학교에 가지 않고 비대면으로 수업하다 보니 학연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코로나19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유튜버 김미경 씨는 자신의 책 <김미경의 리부트>에서 코로나19 이후 사회에서는 학력보다 경력이 중시될 것이고, 경력보다는 경험이 중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럴 수 있다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이바지한 바가 제법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부디 우리 사회가 경험의 가치를 더 소중히 하게 되기를 바란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도자를 뽑을 때도 어느 지역 출신이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그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느냐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어떨까”-출처: 매일경제 2021.11.27


  이렇게 채용시장에서 경험이 부각되는 이유는 기업이 ‘공부머리’가 아니라 ‘일머리’가 뛰어난 인재를 원해서다.

 학교에서는 지식이 중요하지만 일터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공부머리'가 학력이나 학벌을 말한다면 '일머리'는 일하는 요령이나 노하우다.

  일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빨리 일을 해내면서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는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 뒷받침된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원한다면 경험은 당연히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내용도, 면접에서 할 말도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기소개서는 무엇으로 채울지, 면접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다.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을수록 당연히 취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지원한 기업과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은 오랜 시간 입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이어온 ‘준비된 인재’로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하고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취업을 희망하는 청춘들에게 학창 시절에 학점·어학성적·자격증 같은 평범한 스펙 쌓기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최대한 ‘경험의 폭’을 넓혀 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학점을 채우는 곳만이 아니다. 특히 학과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각종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전공(수업)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도 지식과 경험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또 학회나 동아리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자연스레 인간관계의 폭도 넓히고 소통과 대인관계 스킬에 관한 생생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풀어놓을 얘깃거리의 ‘보고(寶庫)’다.


 시선을 학교 밖으로 넓히면 더욱 경험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진정한 스승은 학교에 있지 않다.

 무엇보다 일하고 싶은 회사(직무)와 관련된 인턴(십)·아르바이트·자원봉사·SNS 홍보 서포터스·공모전 참가·대학생 기자단 활동 등의 폭넓고 다양한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관심 있는 기업이나 직무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해보고,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를 그려보고, 꿈꾸는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필요한 경험들로 채워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가장 바람직한 ‘취업준비’다.


 하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더 취업이 힘든 것이다.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호모 스펙타쿠스’(Homo-Spectacus)처럼 취업에 실패하고 애먼 스펙 탓만 해대는 취업준비생도 마찬가지다. 채용시장에서 게임의 룰이 바뀐 지 오래인데도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과거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제 스펙은 ‘뒤처진 단어’다. 낡은 생각으로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당연지사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얻어왔던 것도 놓치게 된다”-조용민 著 <언바운드> 中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비결로 꼽히는 구호가  유명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마디로 짚어낸  말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 말을 살짝 고쳐 필자도 한마디 해보자면 “문제는 (스펙이 아니야) 경험이야" 요즘 기업들은 예전처럼 스펙을 따지지 않는다. 대신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지원자의) 경험이다.

 만약 희망하는 기업에서 당신을 뽑는다면 이유는 스펙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 ‘준비된 인재’ 임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당신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경험과 그를 통해 뒷받침될 수 있는 당신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어필한 덕분일 테다.


 한마디로 학창 시절의 다양한 경험은 성공취업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턴(십)은 꼭 권하고 싶은 경험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라도 기업이라는 생생한 현장에서 일해보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턴은 본격적인 사회진출에 앞서 학생 신분으로 어떤 기업이나 일(직무)이 자기에게 맞는지, 실제 체험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다. 특히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에서 직접 인턴경험을 한다면 취업으로 가는 확실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인턴기간 동안 선배사원들이 실제 일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이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 그 안에서 해야 하는 일들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다. 또 선배사원들과 함께하는 식사나 술자리를 통해 일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얽힌 온갖 희로애락(喜怒哀樂)까지 알게 된다. 같이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선배(사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그 안에서 일하는 동안 바깥에선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감춰진 속살’이 보이면서 “이 회사 혹은 이 일은 나랑 맞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콩깍지 씐 눈이 아니라 실제 체험을 통해 냉철한 시각으로 기업과 직무를 바라보게 된 덕분이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안도현 시(詩), <간극> 中 


  HR(Human Resource·인사관리) 용어 중에 ‘현실적 직무소개’(Realistic Job Preview)라는 말이 있다. ‘현실적’이라는 표현 그대로 지원자가 입사하여 수행할 일(직무)의 내용, 일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 현실적인 한계(제약 요인) 등을 ‘사실대로’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다.

현실적 직무소개는 회사와 직무의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솔직히 설명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직무소개’와 차별화된다.



 전통적인 직무소개는 최대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도록 회사와 직무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했다. 그러다 보니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안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출근 첫날부터 ‘현타’가 세게 온다.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꼭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는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회사와 직무에 대한 만족도는 뚝뚝 떨어지고 심한 경우 회사를 그만두는 갖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현실적 직무소개다.

 일종의 ‘백신 효과’처럼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직장생활의 나쁜 점, 어두운 면까지 미리 알려줌으로써 입사 후 겪게 될 충격과 실망을 예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턴경험은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현실적 직무소개’다. 그만큼 ‘예방주사’나 마찬가지인 인턴(십)을 거쳐서 입사하면 성공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회사와 직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할 가능성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입사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백신을 이미 맞은 듬직한 지원자인 셈이다. 신입사원의 조기 적응을 바라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턴경험을 가진 지원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는 “오래도록 일하면서 회사에 기여할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채용을 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지원자의 ‘적합도(適合度)’를 평가한다. 하나는 ‘직무적합도’, 다른 하나는 ‘조직적합도’다. 그런 측면에서 인턴경험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원자의 ‘스펙’이 되기에 충분하다.



 다음은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 인턴을 마치고 이듬해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입사한 지원자가 실제 작성한 자기소개서 중 ‘지원동기’ 부분이다. 인턴경험을 활용한 구체적인 지원동기가 합격의 꿈을 이루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지원동기 예시(OO은행 자기소개서 합격 사례)

*100 계좌, 기적의 인턴

 저는 직장생활을 오를 때는 고되고 힘들지만 돌아보면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계단 오르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00 은행에서의 인턴경험은 막연히 00 은행의 일원이 되고자 꿈꾸었던 제게 분명한 목표의식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동료직원에게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은행임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턴기간 중 저는 모교에서 신규계좌 100개를 유치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해 모교 대상 영업실적이 저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실적과 아웃바운드 영업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나선 것입니다. 과대표들과의 협의를 통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PT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며칠밤을 세워가며 정성껏 만든 자료로 수백 명의 신입생을 상대로 성공적인 PT를 마쳤습니다. 덕분에 그 자리에서 바로 100개의 신규계좌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정식직원이 아닌 인턴이지만 아무런 편견 없이 저의 열의를 인정해주시고 도전을 격려해주신 선배 직원분들이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도전과 성취의 과정을 통해 00 은행에서 제가 근무하는 모든 지점을 최우수 영업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았습니다. 적극적인 영업마인드를 발휘해서 저를 믿어주는 동료직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은행원이 되겠습니다


 또 다음의 사례는 자기소개서 질문 항목 중 “팀워크를 발휘하여 성과를 창출한 경험”에 대해 실제 합격자가 작성한 내용이다. 인턴경험을 통해 파악한 IB분야의 업무 특성과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앞세워 IB업무에 적합한 인재임을 효과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Q: 팀워크를 발휘하여 성과를 창출한 경험(OO은행 IB부문 합격자)

 제가 지원한 IB분야는 업무 특성상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IB 업무는 다양한 투자 딜 분석 업무를 비롯하여 제안서 작성, 펀드 재무제표 작성, 수익자 요구자료 작성 및 응대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때그때 일이 집중된 다른 직원들을 알아서 지원해주는 팀웍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증권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팀웍을 발휘하여 성과를 창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일했던 팀의 지상과제는 신규 에너지 펀드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시장 상황·수익성 분석 등을 통해 펀드의 강점을 설명하는 세일즈 보고서가 필요했지만 기존 업무 처리에도 일손이 달리다 보니 자료 준비는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이에 저는 비록 인턴이었지만 바쁜 선배사원들을 대신해서 세일즈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 준비를 자청했습니다. 회의를 통해 팀 전체의 의견을 취합했고, 이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펀드와 관련한 산업보고서·데이터룸을 참조하여 펀드의 강점·사업성 등을 정리한 세일즈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세일즈 보고서는 기관투자자 미팅에 활용되었고, 고객사 경영진에게까지 보고되어 결국 투자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이루어지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앞의 사례처럼 다른 기업에서 인턴을 한 경우에도 현장에서 쌓은 실무경험에 더해 요즘은 인턴 역시 별도의 까다로운 채용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인턴경험은 ‘이미 다른 기업에서 검증을 받은 인재’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검증된 지원자에게 눈길이 꽂히기 마련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업종이나 회사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인턴 경험 쌓기를 권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인턴을 경험하기 바랍니다!

 4.0 이상의 학점, CPIM(생산 재고 관리사) 자격증, 해외인턴(십) 1회, 토익 900점대. 이는 임성균 씨가 대기업에 취업한 선배들이 가진 평균 스펙이라 생각하고 달성한 스펙이다. 임 씨는 지난 8월 졸업 후 한 달 만에 그토록 염원했던 대기업 계열사인 전자제품 업체 A사에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취업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스펙이 아니라, 빠른 직무 선택이었다”라고 말한다. 임 씨는 처음에는 물류(物流) 관련 직무에서 일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글로벌 무역인턴십’ 과정을 거치면서 ‘구매 직무’로 방향을 선회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H종합상사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하면서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구매 관련한 일이었습니다”

 희망하는 직무를 찾은 후부터는 자소서, 면접 등의 취업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특히 자소서 1번 문항인 지원동기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많은 구직자들이 지원동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자신이 해당 직무에 어떤 점이 적합한지, 그리고 왜 그 직무를 하고 싶은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직무 선택은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합니다. 직무 선택이 확실해지면 끼워 맞추기 식의 지원동기 작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무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인턴’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턴을 경험하기 바랍니다출처: 한경리쿠르트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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