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하는
일 이년 단위로 이 집과 저 집으로 옮겨 다니는 지금의 처지는, 마치 정착 없이 유연하게 터전을 옮겨 다니며 사는 유목 민족을 떠올리게 한다. 이사를 자주 하면 여기저기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공간의 환경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이사 시기를 고려하면 평소 방안의 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오피스텔에 산다 해도 원룸과 거의 흡사한 구조와 평수라서 쌓여가는 물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으면 방은 금방 물건에 의해 점령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건 옮기는 불편함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자가(自家)를 소유하여 오래간 한 곳에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짐을 늘리지 않는 게 좋다. 어딘가에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지 짐의 양을 조절하는 일은 어쩌면 숙명 아닌 숙명인 듯하다.
심지어 어머니는 저 번달에 나보고 책 구입을 좀 자제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하시기도 했다. 솔직히 독서하는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로서는 씁쓸하기도 했고, 약간의 섭섭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삿짐을 쌀 때 책만큼 무거운 물건이 없는 것은 또 사실이기 때문에 부정하기 어려웠다. 지난날, 이사할 때 몇 권 담지도 않은 것 같은 가방이 팔이 빠질 것 같은 묵직한 무게를 자랑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래, 엄마 말도 일리가 있지 하며 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사 시기만 다가오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만큼 애물단지도 없다. 그럼에도 때마다 주거지를 옮기는 나와 우직하게 함께해 온 책들은 어느 순간 정이란 것이 들어서, 언젠가 집 한편에 마련될 서재의 한 자리를 차지했으면 하는 꿈을 함께 꾸게 되었다.
끝까지 함께 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사람한테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읽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쌓인 책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힘듦을 모르듯, 사람을 만나지 않는 사람이 만남으로써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이와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