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직시하지 못하는 강렬한 욕구의 피
거대한 소음이 온몸에 번지고 난 뒤 새까맣게 가라앉은 타일
너는 끝내 생(生)이 다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을까
누리끼리한 새벽에 걸려있던 실밥 같은 다리와 선명한 심장을
애처로이 몸부림쳤던 망각의 날갯짓에 붙들렸던 망각의 자신을
빨간 것들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빨간 뱃가죽의 고질적인 습성을
물에 젖어 찢어졌던 그 모든 계획과 이렇게도 선명한 잔해들의 망상을
그러거나 말거나
너는 죽은 몸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어 괴로워했지, 한번 더
축축한 습기가 감도는 이곳에서 너는 익숙한 것들을 찾으려고
얼기설기 엉켜버린 시뻘건 알맹이를 터져 버린 살갗 사이로 뱉었어
납작하게 압축된 다리에는 단 한 가닥의 털도 휘날리지 않았지
오히려
바늘의 촉감을 기억하고 있던 섬세한 감각들은 여전히 살고 싶어 안달이었어
그제야 훤히 밝아진 없는 오감(五感)이 입을 찾기 위해 더듬거리기 시작했지
검갈색 피 반죽과 함께 단단하게 굳어버린 절단된 다리조각을 쓸어내리고
영장류로부터 소실되지 않은 바늘 몇 가닥을 발견하고는 기이한 웃음을 흘렸어
그리고 너는 넘실거리며 차오르는 영장류의 습기에 잠식되기 전에 말을 남겼지
어떻게 거스를 수 있을까
미칠 것 같은 뜨거움을 즐기는 이 선천적이면서 기괴한 유전자의 섭리를
그러나 너의 웃음에는 다시 노련한 생기가 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