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버팀목인 死를 품고
검은 소파에 누워 달빛이 켜지길 기다리는 한 폭의 검은 치마
머나먼 봄바람 보다 찬 공기를 껴안고는 피다 만 꽃과 피고 진 꽃
암흑이 깔린 눈두덩이와 쓰러져가는 침묵을 비집고 깨어난다
덥힌 눈망울 한아름 속절없이 검은 치마 사이로 차오른다
먹구름의 장막 뒤로
사라져 생긴 상처
껴안고 있는 상처
소멸을 곱씹은 상처
불멸이 소멸한 상처
헤집은 상처를 상처로 기워낸 상처
억세게 쥐어본다. 한 움큼 씩
사그라든다. 한 잎씩 살포시
번진다. 입자에서 파장으로
여태 식지 않고 뿜어대는 희뿌연 달빛의 연노랑 물빛
그 연한 달빛의 눈망울이 펼친 광선은 검은 품을 가른다
온다, 멈추지 않는 작별 곁으로
한 송이의 생화
生의 버팀목인 死를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