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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의 나

보는 자의 제곱 곱하기 보는 자의 제곱, 그리고 N

by 김아현

답을 영영 찾지 못할 미궁은

미궁 속에서 또 다른 미궁에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미궁에 먹혔다.


해파리의 내장처럼 훤히 보이는 마음을
들추어 꺼내려하다가,
되려 가소로워진 건
내 속내뿐이었다.


뒤통수는 해마다 몇 번을 아려왔고
공식의 한계는
암기 그 자체였음을
어렵게 배웠다.


공식을 외운다 한들
공식엔

공식을 말하는 자가 없었고,


속은 자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신을 찾으며 돌아다녔고,

어렵게 찾은 자신을

곁에 두었다.


자신과 자신의

교집합에 도달하고자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내가 말한
나의 말이라고.


끝없는 문장에서 노니는
어떤 문구라고.
그리고 책이라고.


마음은
내가 어쩌지 못한
그 마음의 곱절,
혹은
더한 곱절이라서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말처럼
배려를 가장한

무책임한 조언은 없다고.


그래서
마음을 먹고, 뱉고, 씹고, 삼키는
그 행위는

내밀한 폭력의 산물이었다고.


고개 숙인 나를 담을

그릇이 없던 날에

뿌리가 깊어
한량없이 솟는 줄기를
바라보는 걸 택했다


하늘만을 향해서
안 그래도 뻐근한 목덜미를
수없이 치켜들며,

생각으로 믿었고
그 믿음으로 다시
생각했다.


마음이 곱절의 곱절로 비대해져
불어 터진 적도 있었지만,
그 마음을 수습하며
또 자라야 했다.


새어 나오는 마음이

갈래로 끊어지고

엉켜 붙기를

몇 번이던가.


깊숙이 나를 보는
눈 하나는
그렇게
박히게 된 것인가.


눈빛을 들어 올렸을 때는
이미 나이가 차서
따뜻해진 손을
가진 이후였다.


눈빛을 바라보는 눈빛이
서로 부딪힌다.


빛과 빛의 교집합은
무엇이던가.


한 점의 순광(純光)이

침잠한 응시 속에
침묵으로 깃든다.


빛과 빛이 교차한 순간,

그것은
나를 부르는
응시의 나.


무한한 자아의
무한한 연대.


그 값은
보는 자의 제곱 곱하기
보는 자의 제곱의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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