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자존감이 깎이는 상황에도 여태 살아남아서
오물로 다진 땅도 땅이라면 땅이랴
벗어날 새 없이 서글퍼져
한 겹 한 겹 뒤틀리고 마르던
어느 야윈 밤이 떠오르면
저 어여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여
견디어 살아도 야윈 가지만 더 외로워
마른 울음을 적시던 그 한그루여
욕지기 바다에 살고 싶어 꽈리를 틀었는가
어찌 살아보랴 싶은 마음이 욕지기 바다였던가
시간이 흘러 나아졌다는 고백을 믿는가
흐르는 게 시간이라 여기까지 밀려왔던가
무엇이 흘러서, 흐르는 게 무엇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정말 모를 일이다
여남은 인고의 뿌리가
비루한 껍질을 두르고
흔적에 몸을 축이고
오물이 뒤섞인 땅에 머무른다
백로가 떠나는 계절에
품지 못할 흐름들이 웅성거린다
견디어 산 야윈 가지들이 여태 살아서
그 몇 가닥의 한 그루 들이
봉긋한 백로를 둥지 채
보내고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