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지고, 세계도 무너진다
평형감각이 소실된 가명(假名)의 땅
밑바닥에 서성이는 오랜 빙하의 뿌리
살갗에 피어나다 사그라지던 열꽃
촉수는 오늘도 숨을 쉬고
숨을 쉬어 생생해진 감각에
손은 안으로 굽기만 한다
새치 같은 언어
희끗한 발성이 연하게 멀어지던
느른한 팔뚝
모로 눕고 뒤집으며 세어보았던
불면증을 앓는 감정
새벽녘 지척까지 들끓어 오르던
여러 예감
밤, 그 밤
죽음, 그 죽음
아프면 살아있는
살면 아픈
아파서 살아있는
살아있어서 아픈
꼭꼭 품 안을 먹고 자란
지천에 흐드러진 육신
환부를 드러낸 상상
마침내 드러내리
세계는 앓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