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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림

가장 연한 마음을 딛고 단단해지는 것에 대하여

by 김아현


오늘의 날씨는 여림입니다.

타이틀은 녹슬어

원초로 돌아가려 합니다


딱딱한 대문자들은

제 몫을 다 하려다,

툭, 부서졌습니다.


척추에 금을 긋는

미세한 틈.

아픔을 예상하며,

그 아픔을 아파합니다.


말끔한 바닥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궁지에 몰린 미소는

결심합니다.
입꼬리를 절벽에 걸기로.


웃었기에

웃는 사람이 될 줄 알았지만,
눈웃음과 불화한 미소는

흐느끼듯 웃어버렸습니다.


심장이 단순했으면-

울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면.


그런 날엔

타인의 흔적을

벗어던지고 싶었습니다.


미소는

두렵지 않은 몽상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꿈속에서 더 대담해졌고,
말들은

내 편이 될 것 같았습니다.


입과 말이

결별할 것 같은

이 분위기를 믿습니다.


속사정은 마지막 보루가

겹겹이 쌓여 빚어낸

가장 처음의 공간


여림의 주파수에는

욕지기의 파도,
무너지는 나,
잃어가는 말,

낮은 침묵과

진동이 흐르고,


분출을 견디며 증명하려 애쓴 시간 끝에,
애씀은 선택이라는 것을,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잃어버려

잊는 것-

이것이

증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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