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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글 Dec 14. 2018

엇갈린 시간, 정확한 시간

시간에 얽힌


 적막한 버스 안은 추운 겨울에 비해 뜨거운 공기가 차오른다. 찬 바람 속 미세한 바늘이 살을 콕콕 찌를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촘촘하고 두꺼운 옷을 입기 시작한다. 이 옷들은 보온성이 높은 나머지 버스 안의 온도도 높인다. 항상 버스의 계절은 밖과 반대다.


 순간 버스가 이동하는 만큼 소요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9시 14분.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른쪽이 허전하다. 고개를 반대로 돌리자 하차단말기가 보인다. 파란색 바탕에 빨간 글씨가 쓰인 단말기의 시간은 9시 13분. 어라?


 내 손목시계 보다 1분 느렸다. 대수롭지 않은 1분, 이 차이를 무시하기 위해 떠오르는 생각을 구겼다. 버스에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기계가 단말기 외 맨 앞 정면 위에도 걸려 있다. 이 생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눈은 그 시계로 향해 있었다. 9시 15분. 내 손목시계보다 2분 빨랐고 단말기 보다 1분 빨랐다. 엇갈린 만남이었다. 단말기의 시계 13분, 손목시계 14분, 버스 앞 시계 15분, 1분씩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간에게 시간은 정확해야 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시간은 존재를 증명하면서 시간 속에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라는 것은 움직이지만 멈춰 있는 건 아닐까.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시간과 심장이 멎어 죽음에 이른 시간. 이때 의사는 처음 또는 마지막 순간에 대해 멈춰 있는 시간을 기록한다. 존재의 정확성을 판결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린 1초 단위로 끊어졌다 연결되는 스톱모션 같은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억은 영상 같지만 사실 단 한 장의 장면으로 남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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