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첫날, 지인에게 소개받은 책방에 가기로 했다. 책방 이름은 ‘미래 책방’. 도착하자 미래 책방 옆에는 ‘수화 식당’이란 옛 간판이 함께 걸려 있었다. 찾아본 결과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의 간판으로 기념비적으로 남겨 놓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책방에서 제주 여행의 기념비적인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공간에 두 가지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출판 도서들과 고양이 두 마리, 두 번째는 왼편 구석에서 필름 카메라와 필름 매거진,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구석 카메라>가 있었다. 먼저 책방 카운터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구석 카메라>로 향했다. 구석 카메라의 공간은 책방과 다른 모습처럼 느껴졌다
벽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입구 맨 끝자리에 정갈한 앞치마를 두른 사장님이 계셨다. 마치 동굴 같은 분위기에 희귀한 물건들을 암암리에 파는 암매상 같아 보였다. 이번 여행에 필름 다섯 개를 챙긴 탓에 별다른 구매 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아쉬움에 다음번에는 기념품이라도 사리라 마음먹었다
구경을 다하고 이제부터 미래 책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책방은 작은 크기지만 책장 두 개와 게스트 테이블과 가운데에 테이블 하나 그리고 카운터와 그 뒤로 창고가 있었다. 책방은 주인이 좋아하는 성향에 맞게 책이 구비돼있었다. 나는 허락된 취향을 둘러보며 기념비적인 책을 고르는데 힘주었다
우선 어떤 책을 고를까 생각했다. 무조건 여행에 관련한 책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책장을 둘러보다 여행 카테고리를 못 찾아 패스, 두 번째 책장에 책은 여행과 거리가 먼 것들 뿐이라 패스, 그럼 가운데 추천 책에서 골라야 했다. 결론은 선뜻 마음에 와 닿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럴 땐 주인에게 추천을 받는 게 최고다
책방 주인에게 ‘여행에 관련한 아무 책이나 추천해 주세요! 이번에 여행 다니며 읽으려고요.’라고 말하자 약간 난색을 보이는 표정이었다. 곰곰이 그 상황을 생각하니 모르는 사람에게 숟가락을 쥐여주며 밥 한 숟갈 먹여 달라는 말과 같았을 거란 생각에 스스로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주인은 첫 번째 책장에서 세 권을 추천해주고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카운터로 돌아간 줄 알았던 주인은 문득 더 좋은 책이 떠올랐는지 다시 돌아와 가운데 테이블에서 책을 추천해 주었다. 나는 모두 훑어본 후 마지막 추천한 책을 고르게 됐다. 책의 이름은 <여전히 카미노를 걷는다>로 이새보미야란 작가의 책이었다. 제주 여행에 산티아고 순례길 책이라니, 이건 기념비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구매하고 카운터에 앉아 있던 고양이를 쓰다듬고는 막 들어온 녀석과도 인사한 후 책방을 빠져나왔다
책방과 카메라, 주위 카페들을 모두 둘러본 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주인장들이 젊다는 것이다. 우연찮게 앉았던 카페에서는 구석 카메라 주인이 카페 주인에게 가게 홍보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았고, 그 후 카페 사장님과 친해 보이는 젊은 무리들이 방문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젊기 때문에 섣부른 일들을 치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젊은 데 그들보다는 한참 뒤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그들이 하는 건 온통 젊음이란 용기로 써 내려가는 드라마였다. 이런 드라마가 쓰이는 게 무엇이든 기록이란 의미로 충분해 보였다. 젊다는 건 나이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에서부터이고 그들이 쓴 모든 기록이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이야기하고 있는가, 어떤 이유들로 젊은 생각과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가. 모든 질문 끝에 서 있는 건 항상 자신이다. 외롭지만 멈추지 않는 고뇌에서 젊음이란 생각과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에게 좋은 경험들을 선물해야 한다. 떠나거나 읽거나 보거나 듣는 좋은 일을 나는 내게 선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