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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J 유가장 Mar 26. 2018

상사 때문에 열 받을 때

회사를 10년 다녀보니

그래도 공산당보다는 
낫지 않아?
- 회사 상사


회사에서 신규사업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신규사업이 그렇잖아요.
업무량은 엄청 많고
하지만 업무를 해도 티는 안 나고
지금까지 열심히 진행했는데 엎어질 수도 있고요.
하루에 열두 시간도 더 일을 했던 것 같네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떨어져서 열심히
사업기획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 있죠?
열심히 작성해서 과장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그때는 대강 대답하더니
나중에 본인이 부장한테 보고할 때가 되면
그때서야 이 부분 수정해라, 뭔가 더 보완해라.
웬 뒷북인가 싶어 지죠.


이 날도 부장님과 회의 전 날이라
열심히 파워포인트 문서를 수정하고
달을 보며 집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어요.
제가 만든 문서로 과장이 부장님께 보고를 합니다.
그런데 계속 기분이 좀 그러해집니다.
자꾸 과장이 아래와 같은 어투로 
보고를 하는 거예요.
"부장님, 제 생각은 이러해서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분명 보고하는 입장에서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서는 분명 제가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마치 문서를 작성한 사람의 입장에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배신감도 느껴집니다.


그 날부터 과장이 꼴도 보기 싫어집니다.
'내가 지금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죽 쑤어 개 준다'라는 속담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그 후로 며칠 동안 회사만 가면 그 기분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아까운 시간이었어요.
차라리 기분 나빠할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거나 자격증 공부를 해서
과장보다 승진을 빨리하려고 노력하거나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어서 몸짱에 도전할 걸 그랬어요.
어차피 벗어나지도 못할 회사에서
과장은 웃으면서 생활하는데
저 혼자 마음속으로 화를 키우며 생활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회사에서 상사 때문에 열이 받아도
어쩔 수 없이 내일 마주쳐야 하는 상사잖아요.
그 사람이 좋아서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그 사람을 나의 행복 영역 안에서
밀어내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나의 행복이 상대방에 의해 움직이지 않게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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