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KJ 유가장 Mar 10. 2018

딱 한 명

가까운 듯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마치 이웃나라 일본처럼.. - 회사 동료



오늘은 금요일.
오랜만에 8시에 뮤지컬 예매를 했습니다.
이게 얼마 만인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5시 정도가 되자 회사 메신저의 알람이 울리네요.
주황색 알람만 봤는데도 불길합니다.
팀장님입니다.
'급한 건이 생겼네요. 다들 회의실로 잠깐 모이죠.'
금요일 5시에 회의실로 모이랍니다.
점심시간에 분명 오늘 뮤지컬 예매를 얘기했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저에게는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시킵니다.


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얼굴이 붉어집니다.
일부 피는 솟구쳐 오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자리에 돌아와 앉아서 엑셀을 켰지만
제 마음은 이미 엑셀레이터를 밟았습니다.


메신저 알람이 울립니다.
'뭐야 또! 그만 좀 해라 좀!'
어라 팀장이 아니네요?


'경준, 대강 정리하고 나한테 넘기고 가. 너 오늘 뮤지컬 본다며.'
회사 동료입니다.
점심시간에 제가 한 말을 들은 모양이네요.


'아니야, 미안하게 어떻게 그래. 더군다나 오늘 금요일인데..'
혹시나 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까 봐 불안한 마음과 함께 메시지를 보냅니다.


'다음에 나 한번 도와줄 일 있을 때, 도와주면 되지.'
얼굴에 다시 생기가 생기며 아직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동료는 분명 고등학교 친구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회사라는 장소가 비즈니스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듯싶다가도 업무적으로 트러블이 생기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때도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명'만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편도 되어주는 회사 동료가 있다면
그래도 실패한 회사 생활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금요일 퇴근 한 시간 전에 일을 받아도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말이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