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10년 다녀보니
어느 직장에나 꼭 잘나고 똑똑한 사람은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역시나 있고요.
분명 저보다 수능 점수가 더 높아야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도 잘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머리도 좋은데 열심히까지 하면 저 같은 평범한 직장이은 따라잡기 힘들더라고요.
위의 조건에 해당하는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합니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아무 문제없이 잘 나가 보이던 친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의외였습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신이 나지가 않아."
회사라는 곳이 일을 잘하고 남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회사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일을 잘한다 = 회사생활을 잘한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물었습니다.
"왜 신나지가 않아? 너는 평가도 매우 좋게 받고 연말에 인센티브로 이어지고 회시원이라면 솔직히 그게 전부 아닌가?"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제 동료는 혼자 업무 문제를 자주 해결했습니다.
사실 혼자 만의 능력도 충분히 뛰어나므로 굳이 팀워크를 운운하며 유관부서와 협업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뛰어난 능력이 제 동료의 발목을 붙잡은 모양입니다.
"사실 대부분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니깐 회의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러한 생활이 몇 년간 이어지니 내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주변에 없더라." 동료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업무에 관해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워낙 실력을 인정받으니 상사도 업무를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누구와 같이 업무를 진행한 경험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에이스라는 소리를 듣고 있던 친구였기에 고민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던 친구는 직장 동료를 경쟁 상대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경쟁 상대들 속에서 업무를 하는데 행복한 마음이 생기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회사 동료는 경쟁 상대일까요?
아니면 제2의 가족일까요?
물론 정답도 없고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겠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어차피 싫던 좋던 정해진 업무 시간에는 회사라는 공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상사와 동료와 후배가 있습니다.
어차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결국엔 나 자신이 변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지금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직을 해도 어차피 우리가 갸아햘 곳은 회사이니까요.
물론 회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매일 보는 주변 동료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면 너무 삭막하고 나 스스로도 힘들지 않을까요? 서로가 매일 응원해주는 사이는 아닐지언정 미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직장이라는 곳 자체가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기 너무나 좋은 환경입니다.
옆의 동료를 미워하든 사랑하든 사실 내가 받는 연봉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까짓것 최소한 경쟁상대로는 생각하지 말아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