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녀보니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광고주 중 하나는 공연 기획 업체였습니다.
기존에 없는 신규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고 홍보담당자들에게 먼저 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새로 기획된 공연을 보여주는 날이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저는 말로만 듣던 시범 공연을 처음 보는 날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공연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처음 자리한 저는 분위기도 어색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라
"정말 신선한 공연이었습니다. 열심히 홍보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그런 형식적인 대답 말고 진심을 이야기해봐요. 젊은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어떠한 지 정말 궁금하거든."
하필 저는 공연 관련 동아리 경험도 있고 실제로 연극과 뮤지컬 관람도 좋아했기에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용기가 생겨 진심을 담은 눈치 없는 말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요즘 공연을 보면 객석과 호흡을 중요시 여기는데 보여주는 공연은 그러 부분이 부족해 보였고 새로운 기획이라고 하기엔 기존에 있던....."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점 저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시곗바늘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린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라며. 젊은 감성이 필요하다며......'
속마음과는 달리 이러한 미미한 단점이 있었지만 정말 훌륭한 신규 기획된 공연이었다는 멘트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회사로 돌아온 뒤, 사장님이 저를 방으로 부르시더군요.
그래도 나름 28살이나 먹었던 시절이었는데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솔직'이란 단어의 정의와 회사 생활에서 쓰임은 다르다는 것을요.
특히, 신입사원에게 이런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꼭 이런 상사들이 있단 말입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트렌디하잖아. 신입이 한번 신선한 의견 좀 내봐."
웬만하면 정말 신선한 의견은 제시하지 마세요.
의견을 내라고 얘기하는 분 자체가 업계 경력이 10년 이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신입이 본인보다 좋은 의견을 내리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을 확률도 높고
만약에 정말 좋은 의견이 나온다면 자신의 의견이 그보다 더 좋다고 노력을 할 가능성도 많으니까요.
10년 넘게 일했는데 갓 들어온 신입이 좋은 의견을 내면 부끄럽잖아요.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억은 생생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상사가 저에게 '솔직한 의견'을 말하라고 하면 한번 의심부터 하는 버릇이 있긴 합니다.
상사가 질문을 할 땐, 한 템포 쉬고 생각하세요.
듣고 싶은 대답이 있기에 아직까지 질문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