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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J 유가장 Mar 18. 2018

가족

회사를 10년 다녀보니

딱 두 글자만 썼는데도
마음이 이상해
- 가족


정말 짜증 나는 하루였습니다.
아침부터 부장은 잔소리를 시작하고
오늘따라 유관부서에서
요청하는 내용도 너무 많네요.
외부에서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얼마 전에 입사한 신입에게
아주 단순한 엑셀 업무를 시켰는데
결국 제가 다시 손을 봐야 하네요.


휴.. 제가 원하던 삶은
이게 아니었는데..


제 몸에 잘 맞는 정장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으며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제가 일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는
멋진 샐러리맨을 꿈꾸었는데 말입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6시가 넘어서 전화가 울립니다.
어라, 영상통화네요.
아들입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제 얼굴을 화면을 통해 보면서
방긋방긋 웃기만 하네요.
전화기 조준도 잘 못해서
벽이랑 천장이 더 많이 보이지만 말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제가 지금 힘든 상황을
왜 굳이 이겨내고 있는지 알 것 같네요.
비록 제대로 된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못했지만
아침부터 어두웠던 제 표정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흐릅니다.


오늘은 동료와 술 마시며
상사 험담을 하는 대신에
조금 일찍 퇴근해서 마트에 들려
아기 두유랑 과자랑 딸기 좀 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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