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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니야 Aug 29. 2024

혼자서도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없다면



한동안 꽤 자주 나의 운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라는 사실에  심각해지거나 온통 내 손아귀 안에서 원하는 향방으로 따라주지 않는 인연과 일을 억지로 그러쥔 채 막무가내로 참거나  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불안감과 공허는 막연한 미래를 홀몸으로 향한다는 기분을 들게 만들어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사주나 타로, 자기 계발서, 명상, 회피에 가까운 운동, 일시적 즐거움에서 그치는 연애 같은 것으로 무마하려 애썼으나 좋은 방도는 아니었다. 이것들은 모두 불안이라는 사막을 건널 수 있는 지혜로운 지도가 되어주지 못했다.


한때 내 일상에도 지척에 놓아둔 채 언제까지나 보듬고 싶은 인연과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와 쉬이 관계 맺지 못하는 이에게 오랜 인연이란 신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관계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단숨에 정리하기보다 어떻게든 모난 부분까지 끌어안으려는 고집스러운 인내심을 점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억지로 접붙이려 애쓴 인연과  임계점을 넘어서는 무리한 노력은 계속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숨기며 적당히 넘겼던 갈등은 지독한 후유증을 가져왔고 이내 그런 이들과는 관계가 정리되었다. 버거웠던 인연이 끝난 뒤 혼자라는 사실을 의식하자 지금의 상태에 언제까지나 놓여 있을 것만 같아 두렵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홀로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건 곧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은 상태를 못 견디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난 혼자가 싫었고 타인을 통한 안정적인 관계 형성과 지속적인 애정의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가 컸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약속이 없는 날, 공허감을 무마하고 싶어서 바깥을 배회하거나 의미 없는 소비로 헛헛함을 채우는 일,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서 열중하는 것으로는 평화를 회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모든 것을 그만두었다. 내 운명에 대해 점치며 괜찮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하소연처럼 늘어놓는 일도, 바쁘게 움직이며 내면의 싱크홀이 커지지 못하도록 애쓰던 시도 또한 멈추었다.

 일상에 열중하지 못한 채 외부로 시선이 향해 있으면 누구를 만나도 나 자신에 관하여 밀도 있는 만족을 느낄 수 없다.

 관계를 맺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함께하는 사람이 있든 없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몰입력이다. 혼자인 생활에 대한 충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면은 야청빛의 염려와 걱정이 시종 계속된다.


설령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그가 나의 일상을 구원해 주거나 헛헛한 속을 풍족하게 채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하게 만드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난 외로움과 공허라는 감정을  완만히 다뤄가며 매일을 소비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채워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결국 나이가 든다는 건 예기치 않은 상황을 조우하여 뜻밖의 혼자인 일이 잦아지는 일이니까.  혼자인 시간을 평온하고 다정하게 대한다면 곁에 누가 있든 없든 공허로부터 도피하려는 나약함을 진지하게 조우할 수 있고,  담담하게 어루만지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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