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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민 May 04. 2016

소녀가 소녀에게

할머니도 소녀였다

작년 한 후배가 교회서 할머니 권사님과 나눴던

대화를 듣고서 바로 '시'가 떠올라 적었었다.


강아지풀을 꺾어 건내주며, 나이 든 할머니께서는

어릴 적 어머니가 강아지풀로 간질이며 장난치던

그 추억이, 그 사랑이 참으로 그립더랬다.


어머니를 마주할 나이가 가까우셨는지

그렇게 마음으로 우셨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잊지 못해 깊어지는 그리움만큼

주름도 깊어지는 것만 같아서

주름은 보고픔의 깊이만큼 파이는지 모르겠다.


할머니는 그렇게 강아지풀이 되셨고,

할머니로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소녀가 소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일까

매년 봄 피어나는 개나리들 보며

이제는 피어나지 못하게 된 아이들이 떠오른다.

영원한 소년과 소녀가 된 4월의 아이들을 기도하며

우리 이제 주름을 깊게 하여

영원한 소년이 되기를

영원한 소녀가 되기를

이야기를 멈추지 말기를


그 때 적었던 시를 나누며

여러분의 주름 깊어지는 오늘 되기를



소녀가 소녀에게


딸이었을까 싶은

할머니의 주름엔

잊을 수 없는

잊히지 않는

엄마의 밤이 있어


강아지풀을 꺾어

건내온 손길에는

말이야

엄마가 간질이던

어설픈 손길이야


보고픔이 깊어지면

시간이 스쳐가주어

오늘 하루도 주름

길을 하나를 놓아

엄마와 이어준대


주름을 모두 모두어

이어가면 엄마랑

첫만남 그때의 탯줄

그래서 더욱 우는 거야

그래서 더욱 웃는 거야


그렇게 소녀는 딸이 되어

모든 소녀들에게 엄마가 되어

잔잔한 손길로 마주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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