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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묵 Aug 24. 2016

음악다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후기

감정나눔수업 - 나만의 '인생쏭' 나누기

1.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다고 했어요. 자신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면서, 내가 정말로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사 중에서)

The way that you flip your hair gets me overwhelme
네가 머리카락을 넘기는 모습에도 난 정신을 빼앗겨


수원외고에서 만난 여자아이는 주변 친구들의 야유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수줍게 자신의 인생쏭을 'What makes you beautiful'이라 말했다.


뮤직비디오 감상하기



2.


시험 중에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부정행위로 과학 시험을 0점 처리당했었어요. 나중에 채점해보니 만점이었는데... 그때 듣게 된 노래예요.
일이 안 풀리더라도 현재 나의 인생이라는 '무대'를 즐기면 된다는 내용이 와 닿았어요.

(가사 중에서)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난 한순간에 길을 잃은 한 소녀일 뿐이에요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난 너무 무서워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진 않아요

I can't figure it out
난 알아낼 수 없어요

It's bringing me down I know
그게 나를 힘들게 해요 난 알아요

I've got to let it go
그냥 놔두려고 해요

And just enjoy the show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Lenka의 The Show를 인생쏭이라 말한 수원외고의 그 친구는 후에 이 노래로 교내 팝송대회까지 나갔고, 그곳에서 1등을 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감상하기기








본 시간은 아이들과 감정이 얽힌 자신의 이야기와 노래를 나누며 함께 듣는 공감 수업입니다











또 한 친구는 아침에 모닝콜로 우연히 듣게 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인생쏭이라 했고, 누군가는 한국으로 이민 후 고국에서 놀러 온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firework가 인생쏭이라 했다. 노래는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친구들에게 스며들어 위로와 설렘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번 시간은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수업이었던만큼 학업에 의한 사연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외고 합격으로 온 가족의 축하를 받고 즐겁게 학교를 왔으나 첫 중간고사의 성적에 충격을 받았던 친구, 성적은 올랐지만 노력한 것에 비해 점수가 나오지 않아 크게 실망한 친구 등등.







너희들, 오늘 무슨 수업하는지 예습하고 왔지?









처음 교실을 배정받고 들어갔을 때,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다.

어리둥절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멀리서 선생님께서 수업하러 오셨는데, 너희들 어떻게 예습도 안 하고 들어올 수 있니?, 선생님!(나), 잠시 교실 바깥에서 기다려주시겠어요?"

복도로 나간 나는 잠시 후 아이들의 혼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리가 잠잠해지고 나는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음악다방을 시작했다. 조금 전 담임 선생님께 혼난 아이들의 경직된 얼굴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예습과 복습이 일상화된 이곳에서 나의 시간마저도 선행의 대상이었던 것에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활동 시간 내내 나는 '수업'이라는 단어와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친구들과 일방적인 가르침의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감정에 있어서 '선생님'이란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은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시간을 이끌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이 아닌 인디 밴드를 하고 있는 음악인 윤찬묵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함께 노래를 들으려고 합니다. 이 시간이 잠시 여러분들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점점 풀어지는 분위기와 웃음기가 번지는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은 안심이 되셨는지 교실을 나가셨다. 친구들은 점점 더 집중했고, 나는 편안하게 시간을 이끌어 갔다. 그렇게 덩달아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며 사연과 함께 노래를 들었다. 그저 흘러갔던 노래가 아니라, 내 옆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의미 있는 노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친구들은 새로운 공감대를 만들어나갔다.


친구들과의 약속된 2시간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에게 인사하기 위해 교무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선생님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선생님!, 어떤 수업하셨어요? 애들이 좋았다고 해서요."

반장이 나보다 먼저 컴퓨터 반납을 위해 교무실을 들렀었나 보다. 시간의 부족으로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선생님의 반응으로 아이들의 대답을 어느 정도 들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혹자는 같이 음악 한번 듣는게 뭐 얼마나 유익한 시간이 되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혹은 왜 옆사람과 왜 굳이 노래를 같이 들어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당신의 감정은 안녕히 잘 계신가요?" 라고.

후에 같은 콘텐츠로 LG전자와 언주중학교에서 음악다방을 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형성될 새로운 공감대가 너무나 기대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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