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작전
은재의 MBTI는 INFJ다.
저번 화에서는
MBTI 부자 순위 중 INFJ가 13위라는 이야기를 했다.
은재는 누군가 멋대로 은재의 미래를 정해놓은 것 같아
무척 억울하고
통계자의 멱살을 잡고 싶은 기분이지만.
그런 기분은 잠깐 참아두고
오늘은 J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J는 판단형을 말하며,
주요 키워드는 정리정돈, 계획이다.
분명한 목적과 방향이 있으며,
기한을 엄수하고,
체계적이며,
철저하게 사전계획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J라는 것이
실행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게으른 J,
부지런한 J로 나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계획이 틀어지면 거스러미가 생긴다.
그건 확실하다.
은재도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은재는 매일 아침,
되도록이면 전날 저녁에
하루의 할 일들을 정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늘 기록화한다.
은재는 생각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 말로 뱉는 것,
혹은 글로 적는 것을 신뢰한다.
그래서 은재의 책상엔 늘 계획이 적혀있다.
쉬는 날에도
쉬는 날의 계획이 있다.
정신과에서는 은재의 이런 습관이
강박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전하면서
불편하지 않으면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은재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으면
계획을 정하는 일이 불편하지 않았다.
너무 무서운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 가을의 계획인
BANNA 작전을 복기해보자.
은재는
일단 일을 하기로 했다.
소설 활동을 잠시 멈추고 지금 당장의 불안인 생계를
해결해보자고.
그게 바나나 작전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그 계획을 빈틈없이 이루는 것은 힘들었다.
은재는 바로 위기에 봉착했다.
회사의 무기한 휴식.
은재는 괴로웠다.
자신의 계획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적 상황으로 어그러지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그러진 상태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결국 은재는 아르바이트를 결심했다.
남들에겐 영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 변명하면서.
가까운 곳에 좋은 시간대의 일자리가 있었다.
하루에 4시간 4일을 일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은재는 아르바이트를 지원하고,
곧 면접을 봤고,
보건증이 나옴과 동시에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다른 원고 회사를 찾았다.
사실 아르바이트만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고작 70여 만원의 돈 가지곤 살 수 없었다.
그리고 글은 어쨌든 쓰고 싶었다.
그래서 투잡, 쓰리잡까지 생각 중이었다.
그러면서
은재는 다시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계획이 추구하는 목표는 같았지만,
은재는 그 어떤 계획도 흐트러지는 걸 볼 수 없는
J이니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해보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외출에 무뎌지기도 했고,
많은 손님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긍정의 힘인지,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지
새로운 회사와도 계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든 생각은
세상에 완벽한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이 넘어질 거란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까 크게 좌절할 필요 없다.
실패라고 이름 붙일 필요도 없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그만인 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닐까?
혹은,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손길이 중요한 것 아닐까?
그래서 은재는 새로운 계획에 주춤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것도 다 영웅이 되기 위한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