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왜 더 가난해지는 걸까?

한 해의 끝자락에서

by 윤유진

겨울이 왔다.


겨울이 되면 은재는 사람들이

좀 불쌍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한껏 움츠러든 자세 때문일까.


사람들의 두 뺨에 피어난

분홍색도

귀여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였다.


게다가

담배를 피울 때도

호달달 떨면서 발을 동동 구르니까.


그래서 겨울은

은재에게

가난의 계절.


여기서 가난은 그저

무언가 없다는 것일 뿐이지만.



스크린샷 2025-01-03 195823.png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은재는 겨울엔 꼭 가난했다.


마음이?

아니, 정말 가난했다.


아니어도 그랬던 것 같다.


겨울에 대한 인상이 그렇다고 할까?


물론 은재의 가난은 계절을 타지 않지만,

그러니까

늘 가난하지만

꼭 겨울엔 어김없이 그랬다.


세기 말에 뜨거워지는 종말론처럼.


거기다

연말만 되면 돈 나갈 때가 왜 이렇게 많은지.

여름 옷보다 겨울 옷이 비싸고,

여름 옷보다 겨울 옷이 입어야 할 것들이 많고,

게다가 세탁도 번거롭고,


태어난 사람도 많고,

회식도 많고,

세일도 많고,

추위는 식욕을 물리치지도 않고..


그래서 은재는 겨울만 되면 잠수를 탔다.

세상으로부터 오프(OFF).


그게 되냐고?

절대.


은재는 올해 애인과 가족에게

많은 빚을 졌다.


조의금,

축의금부터


식비,

여행비까지.


그래서 지금 은재의 자존심은

몽당연필처럼 깎여있다.


이제 더 이상 깎을 것도 없는데

커터칼은 은재를 노려보고 있고..


정말

은재는 자신이 여름에 태어난 것에 감사했다.


겨울에 태어났다면

자신이 탄생한 계절을 영원히 질색했으리라고.


은재는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봤다.

어차피 새로운 달력을 꺼내봤자

여전히 겨울이지만

내년엔 다르겠지, 그러지 않을까?

이전 13화무계획은 무섭고 계획은 틀어진다